지난주 말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조직개편 관련 기자브리핑. 언론의 관심은 조직개편 못지 않게 갈수록 심해지는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감사 독식현상에 쏠렸다.
"비난 여론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과 선진국 사례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인사 담당 임원은 곤혹스러워 했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은 취업 사전규제가 아예 없고 일본은 새 정부 들어 부작용을 우려해 폐지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외국보다 강한 취업규제를 하는데도 수요가 많아, 다시 말해 금융회사들이 원해서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로 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외국처럼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감독을 통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불법 로비나 유착 같은) 부작용을 막았으면 하는 게 금감원의 바람"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사실 금감원으로선 단지 출신 감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다. 수십년 금융감독 경험은 감사 역할에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본질은 이게 아니다. 여론은 금감원 전ㆍ현직들이 드러나지 않게 유착하는 것을 우려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숱한 금감원 간부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수년간 경력을 세탁하고, 금융사들은 비난을 무릅쓰고 금감원 출신을 찾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 금감원의 바람처럼 사후감독이 해법이 되려면 집요하리 만큼 유착을 감시하고 적발되면 가혹하리만치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금감원은 진작부터 실시해 온 전ㆍ현직 유착 관련 감찰 실적을 공개조차 않고 있다. 적발의 유형은 커녕, 건수조차 "밝힐 수 없다"고만 되풀이한다. "지난해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는 내부 인사의 귀띔까지 들리는 판이다. 이래서야 누가 유착이 없다고 믿겠는가.
자신있고 투명하다면 감출 이유가 없다. 차제에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감사 실적을 모아 공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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