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ㆍ액정화면(LCD) 업계가 '봄날'을 맞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노트북과 휴대폰, TV를 포함한 주요 세트 산업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의 생산라인은 연일 풀가동 되는 상태다.
특히, 1일 폐막된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의 흥행 성공과 함께 '2010 남아공월드컵'(6월) 및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 등 잇따라 펼쳐질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 심리가 세트 산업의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국내 반도체ㆍLCD 업체들도 덩달아 매출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LCD 업계의 대외 환경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밀집한 대만에서 최근 발생한 지진 여파가 국내 업체들에겐 적지 않은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급 부족을 넘어 제품 가격 급등까지 야기되는 실정이다.
반도체, 노트북 및 휴대폰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 전망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 1333㎒ 제품의 고정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해 11월 2.0달러 선을 넘어선 이후, 올해 2월23일을 기준으로 2.50달러까지 급증하면서 지속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반도체 등을 필요로 하는 완제품 산업 활성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컴퓨터(PC) 제조 업체들이 최신 운영체제(OS)인'윈도우 7' 내장형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잇따라 예고한 데다,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 내장된 스마트폰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2억3,000만대에 머물렀던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올해 2억9,000만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윈도우 7'에는 D램 반도체가, 스마트폰에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가 각각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현지 업체들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정체 양상을 빚고 있는 대만 반도체 업계의 더딘 구조조정도 국내 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LCD, 경쟁업체인 대만 업계의 생산 차질 및 지진 여파로 반사이익 예상
밴쿠버 올림픽 '특수'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TV 판매가 급증하면서 겨울철 비수기를 날려 버린 국내 LCD 업계 기상도도 '쾌청'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100%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는 반면, 유력한 경쟁 업체인 AUO와 CMO, CPT 등 대만 대표 LCD 업체들의 가동률은 핵심 부품인 유리기판 부족으로 현재 70~8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에도 공격경영을 추구하며 유리기판 제조 업체에서 일관되게 안정된 물량을 보장 받아 온 국내 업체와는 달리, 최근 과잉 투자에 따른 후유증으로 경영 상태가 불안한 대만 업체들은 부품 업체로부터 원하는 규모의 유리기판 물량을 조달 받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최근 예기치 못한 지진의 영향으로 대만 LCD 업체들의 현지 공장 정상 가동에 차질이 예상되는 점도 국내 LCD 업체에겐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LCD 업계에선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며 제품 가격 상승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9년12월 203달러에 머물렀던 32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올해 3월엔 208달러까지 올랐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만 업체들을 포함한 경쟁사에 비해 원가구조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LCD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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