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규정 위반으로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찰스 랭글(79ㆍ뉴욕ㆍ민주당)의원의 후임으로 샌더 레빈(78ㆍ미시건ㆍ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1982년부터 14선을 기록하고 있는 레빈 의원은 세입위 산하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중진. 자동차업체가 밀집해 있는 디트로이트 인근을 지역구로 하고 있어 통상정책에서 매우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빈 위원장의 임기는 일단 랭글 의원에 대한 윤리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라 랭글 의원의 위원장 복귀가 어려워질 경우에는 11월 중간선거로 새 하원이 구성되는 내년 초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현재로서는 랭글 의원의 복귀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레빈 세입위원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의 3살 위 친형이다. 동생 레빈 위원장도 미시건이 지역구이다. 형제가 상ㆍ하원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두 위원회의 위원장을 장악한 것은 과거 수십년 동안 없었던 일이다. 미시건에서 상ㆍ하원 위원장이 동시에 나온 것도 처음이다.
미 언론들은 이를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일 당시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법무장관을 했던 것에 비유하며 "케네디가(家)와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슷하다"고 전하고 있다.
랭글 위원장이 3일 사임했을 때 후임에는 피트 스타크(78ㆍ캘리포니아) 보건소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됐었다. 연공 서열상 1순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순위인 레빈 의원이 하루만에 위원장직을 차지하게 된 것은 합의를 중시하는 초당파적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스타크 의원은 싸움닭처럼 거칠고 당파적이어서 민주당 지도부가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라크 파병을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고 병사들의 손목을 날려버리려는 사람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어 공화당의 공적 1호처럼 돼 있다. 건강보험 개혁 등으로 공화당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당파적 인사를 핵심 위원장에 앉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레빈 위원장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루는 핵심 위원회인 세입위를 이끌게 된 것은 한미FTA 비준 일정에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빈 위원장은 랭글 의원과는 대조적으로 FTA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자동차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자동차 분야의 불균형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대표적 한미 FTA 수정론자이다. 미국 제품에 대한 한국의 수입 제한 조치를 축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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