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더스 지음ㆍ김훈 옮김/민음인 발행ㆍ496쪽ㆍ1만6,000원
하늘 아래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은 전 세계 산악인들의 로망이다. 1953년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산정에 발을 디디긴 했지만 이후에도 이 오만한 세계 최고봉은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1977년 한국인이 등정에 성공했을 때 겨우 세계 8번째였다.
그러나 1990년대 에베레스트 등반이 상업화된 이래로 이 산을 찾는 이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힐러리의 등정 50년을 맞은 2003년에는 264명이 정상을 밟아 신기록을 세웠는데, 이듬해는 330명이 등정해 그 기록을 깼고, 2007년에는 600여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등에 기고하고 있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코더스는 <에베레스트의 진실> 에서 상업등반 허용 이후 에베레스트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파헤친다. 저자는 2004년 아내와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참가해 산 정상에 오를 꿈에 부풀었지만 그가 목격한 것은 더 이상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는 타락상이었다. '탐욕의 시대를 맞은 에베레스트의 운명'이라는 원서의 부제처럼, 그가 목격한 진실은 추악하다. 에베레스트의>
책은 한 번도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없는 가이드를 따라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실종된 아버지, 그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여성의 제보를 추적하는 형식을 취해 긴박감이 넘친다.
고객에게 횡포를 일삼는 숙련되지 않은 가이드와 셰르파, 틈만 나면 다른 등반대의 산소통과 장비, 식품을 도둑질하려는 등반대원들, 마약과 매춘까지 성행하는 베이스캠프….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것은 에베레스트를 대하는 산악인들의 타락이었다. 정상을 오르는 것보다 올랐다가 내려오기까지의 과정을 중시하고, 대자연 앞에 겸허하고 동료들과의 연대의식을 강조했던 과거의 미덕은 온데간데 없었다. 충분히 구할 수 있는데도 조난 당한 이들을 모른 체하고 지나치는 에베레스트의 산악인들을 보며 저자는 "지금 에베레스트에 딱 하나 부족한 것은 조난객을 살리려는 의지"라고 쓴소리를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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