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 냉전’시대를 예고하며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미 관계에는 과연 언제쯤 봄기운이 찾아올 것인가.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은 내달 벚꽃이 만개하는 미 워싱턴에서 열릴 핵 안보정상회의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가 그 향방을 가늠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박4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3일 중국측에 내달 열릴 핵 안보정상회의에 후 주석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측은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월12~13일 워싱턴에서 열릴 핵 안보정상회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정상들을 초청한 상태다.
중국이 이 회의와 관련해 선택할 조건은 총 4가지이다. 우선 후 주석이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공식 방문하거나, 정상회의에만 참석한 뒤 곧 귀국하는 것이다. 이 두 선택 모두 중미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는 청신호로 비쳐진다. 그러나 핵 안보정상회의에 후 주석이 참석하지 않고 다른 고위 인사를 대리 참석시킬 경우 이는 관계정상화가 상당기간 지체될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상회의에 참석 자체를 거부할 경우 이는 미중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높다. 위완리(余萬里)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중목적은 후 주석의 회의 참석에 대한 확답을 얻어내는 것이었다”며 “중국은 이번 회의에 참여할지, 또 누구를 보낼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후 주석이 직접 미국을 공식방문하기에는 정치적 여건이 좋지 않다”며 "후 주석의 방문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현 상황에서 후 주석의 미국방문은 중국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를 거부하는 것도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며 “완벽한 선택은 없으며‘덜 나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이 5,321억1,500만위안(89조1,6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5% 늘었다고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이 4일 밝혔다. 중국이 최근 10년 만에 국방예산을 한자릿수로 올린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지난해 15% 등 1999년 이후 최근 10년간 16% 내외로 국방예산을 증액해 왔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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