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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3社 대립은 위·촉·오? 이상철 LGT 부회장 '삼국지' 즐겨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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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3社 대립은 위·촉·오? 이상철 LGT 부회장 '삼국지' 즐겨 인용

입력
2010.03.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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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합 LG텔레콤(LGT) 직원들은 '삼국지' 공부에 한창이다. 삼국지 마니아인 이상철(사진) 부회장이 임원 회의 등 경영 방침에 곧잘 삼국지를 인용하고 있어, 정확한 행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국지 공부가 필수가 됐다.

4일 LGT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삼국지 사랑은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십 번 삼국지를 통독하고 친구들과 등장 인물 맞추기 퀴즈를 할 정도로 삼국지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공교롭게 KT, SK텔레콤, LGT 등 3사가 경합을 벌이는 통신업계는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3개의 솥 발(鼎足)처럼 위, 촉, 오의 대립으로 천하가 균형을 이룬다는 내용을 설파한 '정족지세'와 흡사하다.

이 부회장이 삼국지에서 즐겨 인용하는 대목은 적벽대전. 적벽대전은 위의 조조에게 쫓겨 달아난 유비가 오의 손권을 부추겨 위의 대군을 적벽에서 섬멸한 삼국지의 절정을 이루는 사건이다. 이때 유비의 군사인 제갈공명과 오의 지략가인 주유가 연합해 고육지계와 화공을 써서 조조를 물리쳤다.

하지만 실상은 오와 위가 싸우는 사이 뒤로 돌아가 형주를 차지한 유비만 실속을 차린 싸움이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이 전하는 교훈이다. LGT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궁벽한 처지에 놓인 유비가 적벽대전을 통해 일어선 정신을 임원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경쟁업체인 이석채 KT 회장을 "카리스마를 갖춘 천재로, 강한 근성으로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유 같은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뛰어난 지략가이며 명장이었던 주유는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번번히 제갈공명에게 뒤져 "하늘이 주유를 내고 왜 또 공명을 냈느냐"며 한탄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제갈공명이 되고자 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국지 전략에 통달한 이 부회장은 이를 바둑에도 곧잘 활용한다. 아마 6단의 실력가인 그는 최근 사내 방송에서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 국면과 세부 상황을 모두 보면서 사활과 묘수를 짜내는 것"이라며 "경영도 큰 것과 작은 것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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