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사가 4일 대화로써 회사 정상화에 나서기로 조건부 합의했다. 노조가 김재철 신임 사장을 ‘낙하산 사장’이라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지 3일 만이다. 이날 노사 합의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 제작본부장 선임이 '낙하산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한 노조의 주장을 김 사장이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MBC는 이날 “김 사장과 이근행 노조 위원장이 본사 사장실에서 만나 향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조속한 회사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면서도 이행 방안 실행 문제로 완전한 노사 합의에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두 본부장의 인사 문제를 놓고 거센 논란이 벌어졌다. 김 사장은 이사회에서 황희만 본부장을 본사 특임이사로, 윤혁 본부장을 지역 MBC 사장으로 인사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두 본부장은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 사장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방문진의 일부 여당측 이사들은 "방문진이 두 본부장을 임명했는데 사장이 뒤집었다. 이는 인사권 침해"라며 고성이 오가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측 차기환 이사는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특임이사로 발령하는 것은 사장의 권한이니까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겠지만, 윤혁 TV 제작본부장을 지역 MBC 사장으로 보내는 것을 인사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이 지역 MBC 사장으로 가려면 일단 사표가 수리된 후 결정해야 하는데, 사장이 사표를 강요하는 것은 직권을 넘어선 행위라는 해석이다.
반면 야당측 이사들은 "사장이 노조와 협상하기 위해 두 본부장을 교체한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대표이사가 같이 일할 집행부를 구성해야 하며 자기 뜻에 맞는 사람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고 반박했다. 야당측 정상모 이사는 "방문진은 이사를 선임할 권한만 있을 뿐 이사의 보직을 결정하는 것은 MBC 사장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결국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두 본부장을 포함해 부사장, 기획조정실장, 디지털본부장 등에 대한 인사문제를 확정하지 못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