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에게 집필실은 로망이다. 바쁜 일상에서 일탈해 조용히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작가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꿈인 것이다. 문학의 현실은 좁은 거실에 밥상을 펴고 쪼그리고 앉아 글을 쓰거나 안방에 배 깔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문학창작 집필실이 있다.
원주의 토지문화관과 인제의 만해마을 집필실이 유명하다. 지난해 생긴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도 집필실이 있다. 좋은 곳이지만 문제는 거리다. 그 집필실이 남쪽 끝에 사는 나 같은 문학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차제에 경남 하동에 문인집필실이 들어섰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 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문학관에 지어져 있던 기존의 한옥체험관을 문인 집필실로 다시 꾸몄다. 이미 공개모집으로 59명의 입주 작가 선정까지 마쳤다. 작가 명단을 살펴보니 지리산 둘레 지역의 문학인들이 대부분이다. 유명 문학인 전용 같은 유명 집필실이 아니라, 자기 지역에서 열심히 쓰는 지역 작가들인지라 더욱 반갑다. 토지>
지리산 가까이에 문인 집필실이 마련된 것은 민족의 산이며 역사의 산인 지리산 그 차체가 거대한 창작 집필실이 된 것과 무엇이 다르랴. 벌써부터 평사리 집필실에서 지리산 정기를 받고 쏟아져 나올 작품이 기대된다. 인심 넉넉한 고장이고 '문학 수도'를 선언한 하동이니 입주 작가 대접 또한 지극하며 후할 것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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