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만성 콩팥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2.7배 가량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 기능이 정상의 절반 이하이고, 콩팥의 기능 중 오줌과 혈액, 영상, 조직 등에서 이상 소견이 3개월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이 가운데 콩팥 기능이 떨어져 투석(透析) 치료나 콩팥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말기 신부전이라고 한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박정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세계 콩팥의 날(11일)'을 앞두고 지난해 '만성 콩팥병 환자 등록 사업'을 통해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 중 만성 콩팥병을 앓는 사람은 32.0%로, 일반인 중 만성 콩팥병에 걸린 사람은 11.7%로 당뇨병 환자의 콩팥병 유병률이 일반인 보다 2.7배 가량 많았다.
만성 콩팥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알부민뇨(단백뇨)도 당뇨병 환자의 27%에서 관찰돼 일반인(8.4%)보다 3배를 넘겼다고 학회는 밝혔다. 알부민뇨는 하루 동안 본 소변에서 알부민 수치가 300㎎ 이상이 경우를 말한다.
학회는 또한 2008년에 새로이 신대체요법(투석치료와 콩팥이식)을 시행한 환자 9,179명(혈액투석 6,415명, 복막투석 1,619명, 콩팥이식 1,145명) 가운데 원인질환이 당뇨병인 경우가 3,846명(41.9%)으로 당뇨병이 만성 콩팥병 특히 말기 신부전을 일으키는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치는 홍콩(45.1%)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학회는 덧붙였다.
게다가 당뇨병 환자가 만성 콩팥병에 걸리면 혈당 조절도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 콩팥병에 걸린 당뇨병 환자에서 공복 혈당이 120㎎/㎗ 이상인 경우가 59.3%로 일반 당뇨병 환자(44.1%)보다 15.2%포인트나 높았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이 9.5%(2007년)로 국민 질환이 됐지만, 관리는 미흡(인지율 72.2%, 치료율 57.4%, 조절률 38.1%)한 실정이다.
이태원(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학회 홍보이사는 "당뇨병 환자는 만성 콩팥병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 등 당뇨병 관리와 함께 만성 콩팥병을 조기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홍보이사는 "콩팥은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소변검사(미세 알부민뇨와 알부민뇨 검사)와 혈액검사(크레아티닌 수치 측정)로도 만성 콩팥병 유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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