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 입찰가격을 5억3,000만원으로 쓰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53억원으로 써낸 사람이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모씨는 지난해 3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경매에 참가해 최고가로 낙찰받았다. 이 아파트는 법원이 9억5,000만원이 적정하다고 감정해 이미 세 차례나 유찰된 뒤였다.
그러나 조씨는 자신이 써낸 입찰가격이 애초 생각했던 5억3,200만원이 아니라 53억2,0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이 때문에 조씨가 써내려 했던 가격보다 높은 6억800여만원을 써낸 사람도 차순위로 밀렸다.
조씨는 급히 법원에 매각불허 신청을 했고 법원도 그의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아파트를 경매에 넘긴 송모씨 등이 그런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항고장을 냈다.
항고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조씨가 실수로 입찰가격을 잘못 써냈다는 점을 인정해 매각불허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착오로 원래 쓰려던 입찰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매각불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매각불허 결정이 취소되더라도 조씨가 53억여원을 내고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최저 매각가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수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아파트의 최저 매각가격은 4억8,640만원이라 매수보증금은 4,864만원이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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