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서초교(마포구 염리동)는 교육 여건이 최악이다. 재개발이 진행중인학교 주변은 늘 어수선하고 한부모와 조손 가정의 학생도 많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업에 대한 의욕을 잃은지 오래됐고, 교사들의 표정도 늘 어두웠다.
이런 분위기는 2008학년도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학습부진아를 일컫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61명이나 되자 정부는 학습개선예산을 집중 투입하는'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선정했다.
그러던 이 학교에 '25명을 내 손 안에'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윤혜영 교장이 부임한 지난해 2월부터다. 그는 교사들을 향해 외쳤다. "학생들에게 90점, 100점을 요구하는 대신 10점만 올리자"고.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등굣길 학생들과 눈을 맞추는 것도 주된 일과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권위를 벗어던진 윤 교장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1년 뒤 나타났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16명으로 73.7%나 감소한 것이다. '학력향상 우수 학교'로 선정되는 경사도 겹쳤다.
비결은 윤 교장의 리더십과 담임 교사의 책임지도제다. 학교 측은 학습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중 3~4주간 '디딤돌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윤 교장은"한번도 결석하지 않으면 놀이 동산을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남 완도에 위치한 고금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고1) 비율이 65%가 넘었던 악몽을 1년만에 말끔히 털어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습부진아가 단 한명도 없었다. 졸업생 21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쾌거도 이뤘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인 이 학교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으로 인턴 교사를 채용했다.
학생들에겐 오답노트 형식의 '수능일기'를 적도록 해 매일 학습 상황을 점검하도록 했고, 이를 담임교사 및 학과 교사와의 상담 자료로도 활용케 했다. 학업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학력 성과 포상금제'도 실시했다.
성적이 1등급 향상될 때마다 2만원씩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학교 강원배 교장은 "여러 과목에서 2~3등급씩 성적이 올라간 학생 가운데는 26만원까지 포상금을 받은 학생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 금천초교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결실을 맺었다. 학습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성격검사, 다중지능검사, 학습전략 검사 등 다양한 진단을 했고, 이 자료를 토대로 교사들이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윤재동 교장은"학생들의 성적 부진을 가정 환경이나 낮은 지능지수의 문제로만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1대 1 면접을 통한 다양한 검사로 학생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학습 과정에 적용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했다.
교과부는 이날 이들 3개 학교 외에도 충북 괴산 청천중, 강원 원주 관설초교 등 12곳을 학력향상 우수 학교로 선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린 이들 학교의 성공 요인을 추려내 혁신 모델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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