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딱 100일에 하루 지난 99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한 달 내내 대한민국을 벅찬 감동과 환희에 들뜨게 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세계인의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6월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장장 한 달 동안이다.
지구촌은 아프리카 끝 자락 초원에서 불어오는 축구의 열풍에 휩싸일 것이다. 남북한 동반 진출이라는 사상 최초의 역사 앞에서 우리의 가슴도 뜨거워질 것이다. 더욱이 남북이 함께 어깨를 걸고 공동 응원을 하게 된다면, 그 감동은 몇 배 더 진해질 것이다.
사상최초 동반 진출의 감동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맛본 우리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축구의 지존 나이지리아,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챔피언에 빛나는 그리스 등 우리가 속한 B조의 상대국들 모두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태극전사들의 몸을 날리는 투지와 최대의 실력 발휘 없이는 넘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AGAIN 2002'까지는 아닐망정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수들과 코치진이 단내 나는 땀을 몇 동이씩은 쏟아야 할 것이다.
'AGAIN 1966', 1966년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이래 44년 만에 본선에 오른 북한 선수들도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섯 차례 우승에 빛나는 월드컵 지존 브라질, 세계적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 아프리카 축구의 신흥강국 코트디부와르 등 '죽음의 조' G조의 상대국들은 북한으로서는 넘기 어려운 팀들이다. 솔직히 북한이 16강 문턱을 넘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44년이 흐른 지금, 전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 축구가 다시 한 번 '기적'에 도전한다. 최강팀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를 물리치고도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의 포르투갈에 석패 해 8강에 머문 1966년을 북한 선수들은 기억할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남북한 축구팀이 16강을 넘기에는 첩첩산중이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조별 예선 상대 팀으로 보나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남북공동 응원이 실현되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남북스포츠 교류사에 빛나는 정수리,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반추해 보자. 이 대회 단체전에서 남북 단일팀이 만리장성 중국을 꺾고 우승하기까지에는 남북한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된 공동 응원이 결정적이었다. 코리아팀을 응원하기 위해 민단, 조총련 동포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목청을 높였던 그 날은 지금까지 감동으로 남아 있다.
월드컵 개막 99일 앞둔 오늘, 남북한 당국이 공동 응원단 결성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이번 월드컵 대륙별 예선에서 평양과 서울로 예정됐던 남북한 두 경기가 경기 장소를 제3국으로 옮기는 파행이 있었다. 남북관계 경색 여파 때문이었다. 냉전시대에나 있을 법한, 국제사회 보기에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한반도에서 수 만리 떨어진 남아공에서조차 남북이 따로따로 응원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가장 비정치적이면서도, 한민족의 동질성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가 스포츠 교류이고 공동 응원이다. 남북공동 응원 문제는 시급하다.
남북 당국 시급히 논의해야
어린 시절 공차는 것을 좋아한 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마땅한 운동기구가 없이 성장한 '촌놈'들에게 대개 놀이의 8할은 축구였다. 요즘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전설같이 들리겠지만,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어 찼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있다. 이제 봄이다. 축구의 계절이다. 대학원생, 학부생들과 겨우내 근질근질했던 발을 풀러 운동장에 나가야겠다. 6월 12일, 남아공에서 들려올 남북 공동응원단의 함성과 휘날리는 한반도기를 그려보면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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