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리노 꿈꾸는 빌리, 한국서 날아오른다
낡은 체육관 구석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던 소년 '빌리 엘리어트'의 기적이 8월 국내 무대에서 펼쳐진다.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선보인 이 뮤지컬은 비영어권과 아시아 초연 무대를 한국에서 갖기로 했다.
이 뮤지컬의 국내 제작사 매지스텔라는 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작 발표회를 열고, 최종 선발된 한국의 1대 빌리 네 명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뉴욕타임스, NHK 등 국내외 300여개 언론 매체가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김세용(13ㆍ선화예중 1), 이지명(13ㆍ인천 정각중 1), 임선우(11ㆍ서울 인헌초 5), 정진호(12ㆍ평촌초 6)군.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키 150㎝ 이하 대한민국 소년' 800여명 중에서 네 차례 오디션을 뚫고 뽑힌 이들은 노래와 춤을 두루 겸비한 재주꾼이었다. 이날 아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빌리 스쿨'에서 훈련한 발레와 탭댄스와 더불어 삽입곡 'Electricity'를 노래했는데, 깜찍하고도 진지한 몸놀림에 박수 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방과후 매일 5시간 이상 탭댄스, 아크로바틱, 필라테스 등 기초 훈련을 받아왔다.
극중 빌리를 사랑하는 친구, 마이클의 끼도 만만치 않았다. 이성훈(12ㆍ서울 중동초 6), 김범준(13ㆍ서울 중앙중 1), 안민기(12ㆍ안성 현매초 6) 세 친구들은 장난기 어린 표정과 귀여운 율동을 선보였다. 5개월 뒤 이들은 여자 옷을 즐겨 입고 동성을 사랑하는 어려운 연기를 해내야 한다.
이 뮤지컬은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무용수 필립 말스덴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영화는 1980년대 영국 북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소년의 열정과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내 많은 관객을 울렸다. 영화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원작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와 뮤지컬 작곡가로도 입지를 다진 영국 팝스타 엘튼 존 등을 영입해 뮤지컬을 제작,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했다.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총괄한 B.T. 맥니콜이 연출하고 호주 제작진이 국내팀과 안무, 음악감독 등을 겸하는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토니상과 웨스트엔드 올리비에상을 휩쓴 이 작품의 국내 제작비는 135억 이상으로 알려졌다.
■ 한국 1대 빌리 4명은
이날 만난 네 명의 빌리들은 하나같이 당차고 씩씩했다. 쏟아지는 질문에 손을 들며 차례로 답하는 모습은 의젓하기까지 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쟁쟁한 실력을 갖춘 빌리들은 그러나 최종 선발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는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연습하겠다"(임선우) "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정진호) 등 겸손한 다짐을 거듭 말했다.
같은 역할을 맡았지만 이력은 저마다 달랐다. 김세용, 임선우군은 발레리노를 꿈꾸는 빌리에 어울리는 발레 영재다. 특히 김군은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회에서 발레 부문 1위를 차지, 선화예중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지명 군은 '라이온 킹'의 심바와 '명성황후'의 세자 역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고, 정진호 군은 SBS 쇼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탭댄스 신동으로 전파를 탔다.
하지만 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크로바틱 훈련 중 공중 돌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선생님께 혼나 눈물을 훔친 날도 있었다. 이지명군은 "발레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만 못 한다는 느낌에 눈물이 났다"면서 "포기하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 같아 참고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발레리노의 길을 걷고 있는 김세용군도 "발레만 열심히 하길 바라시는 엄마를 실력으로 설득해야 했다"고 했다.
선발된 뒤에도 이들은 진정한 빌리로 거듭나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5월부터는 학업도 잠시 접은 채 온종일 연습에 몰두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극의 내용은 물론이고 영어 노래 제목까지 줄줄 외웠는데, 'Electricity'(이지명), 'Angry dance'(김세용), 'The letter'(정진호), 'Expressing yourself'(임선우) 등 각자 명곡을 꼽기도 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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