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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달고 일 하라니…화장실도 못 가겠네" 외근직 단말기 지급에 산림청 등 일부 직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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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달고 일 하라니…화장실도 못 가겠네" 외근직 단말기 지급에 산림청 등 일부 직원 반발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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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 산림청의 한 지역 국유림관리소. 계장급 관리자가 산불감시를 담당하는 산림보호강화요원 30여명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위치추적 기기인 휴대용 GPS단말기 지급 방침을 설명한 뒤 동의서를 나눠줬다.

요원이 산불 발견 즉시 '긴급버튼'을 누르면 요원 위치를 통해 산불 장소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교육에 참석한 A(40)씨는 GPS단말기 휴대 동의서를 쓰는 것을 거부했다.

2007년부터 산림보호강화요원으로 근무한 그는 "출근할 때부터 퇴근시까지 휴대해야 하는데 식사나 휴식시간 때의 위치나 이동경로 등이 모두 파악되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감시 당하는 것 아니냐"며 "사생활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동의할 수 없어 몇몇 직원들이 반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외근 업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GPS를 활용하는 사업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외근 직원의 근무 태도를 감시하는 기능이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자 감시 장치에 대한 법적인 허용 범위도 뚜렷하지 않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했던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을 올해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관제시스템은 현장을 돌아다니는 산불감시원과 산림보호강화요원에게 GPS단말기를 휴대하도록 해 초동 진화로 산불 피해를 막고 감시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림청은 예산 11억7,180만원을 들여 개당 14만원인 GPS단말기 7,800여대를 구입해 경기ㆍ강원 등 8개 지방자치단체와 5개 지역청에 보급하고 있다. 산림청은 감시원 위치를 통해 산불 위치를 조기 파악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서도, 감시원의 근무상황도 파악해 근무지 이탈이나 불성실 근무자는 경고ㆍ퇴출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관들은 개인 동의서 없이는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한'위치정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요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동의서를 작성한 직원들에게만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A씨는 "감시원이 임시 계약직인 만큼, 재계약을 위해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동의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 등 일부 민간업체에서도 영업사원들에게 GPS단말기를 지급하고 있다. 모 제약회사 영업사원 B씨는 "회사가 지난해부터 GPS장치를 휴대토록 하고 있다"며 "동의서를 내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11월 GPS, 폐쇄회로(CC)TV 등의 전자감시장치로 근로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 노동부장관에게 사업장의 각종 전자감시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당시 전자감시의 허용범위, 근로자의권리보호장치, 근로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세부내용, 전자감시 피해의 구제방안 등을 법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2년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GPS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지만 이를 이용해 근로자 개개인을 감시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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