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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 합격한 정동희·이예경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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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 합격한 정동희·이예경씨 부부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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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이거 꼭 해보고 싶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친구였고, 결혼까지 해 30년이란 세월을 알아온 남편. 이예경(40)씨는 남편 정동희(41)씨의 말이 고맙고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2005년 베체트병이란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보며 함께 울었다. 왼쪽 눈의 시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른쪽으로만 희미하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됐을 때 남편은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다. 남편은 8개월 동안 자신의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조용조용 얘기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상담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 내가 도움 받은 것처럼."이씨는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서 감당해야 했던 경제적 어려움도 초등학생이 된 두 자녀를 키워야 하는 부담감도 그 앞에서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곁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가기로 했다.

올해 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에 함께 합격한 정동희, 이예경씨 부부는 2일 기쁜 목소리로 합격의 감격을 전했다. 부인인 이씨는 남편을 위해 50인치 TV를 구입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남편이 공부할 수 있도록 컴퓨터 모니터로 쓰기 위해서다. 이씨는 "남편이 교재를 볼 수 없으면 대신 읽어 주고, 같은 학문을 공부하니 오프라인 수업에 남편을 도와 함께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껏 웃어 보였다.

정씨가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부인인 이씨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이씨는2008년 봄 다니던 교회에서 운영하는 상담 강좌로 남편을 이끌었다. 정씨는 그곳에서 건설현장에서 두 다리를 잃고도 힘차게 삶을 이어가는 이웃 등과 대화하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씨는 "남편이 이웃들과 대화하며 세상과 다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상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듬해 부부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아픔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상담 전문가의 꿈을 이루려고 올해 이 대학 가족상담학과에 지원했다. 자신들이 직접 시련을 겪었던 만큼 전공 공부를 통해 다른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정씨는 "어렸을 때 꿈이 카운슬러였다"며 "여러 길을 거쳐 돌아오기는 했지만 잊고 있던 꿈을 찾아 기쁘고 앞으로 주변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힘있게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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