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는 모처럼 6,550억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작년 12월과 올 1월 썰물처럼 한달에 1조원 이상씩 빠져나가던 국내 주식형 펀드에 돈이 되돌아온건, 코스피지수가 1월 1,720선을 뚫은 뒤 1,550선까지 조정을 받자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기 때문. 하지만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 보니 올들어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 작년 상승장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급등장에서 성장주에 밀렸던 가치주 펀드들이 선방,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 2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들이 지난달 26일까지 -7.42% 수익률로 고전하는 가운데, KB자산운용의 '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클래스A'펀드는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1.54%)을 냈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밸류포커스' 펀드는 지수 추세보다는 시장에서 저평가돼있는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 가치주펀드의 대표주자인 '한국밸류10년투자 1'과 '신영 마라톤A'펀드, '신한BNPP Tops Value 1'펀드도 최근 3개월 누적 수익률 등에서 일반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적은 손실을 냈다.
펀드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치주펀드에 주목하는 게 유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수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요동치면서 조정 받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주가 대세를 쫓아가는 대형 성장주보다는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이 주가 하락의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10년간 국내 증시 흐름을 살펴봐도 요즘 같은 장세에선 가치주펀드가 성장주펀드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냈다. 현대증권이 지난 2003년 이후 증시를 분석한 결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2003년3월~2004년4월)에서는 성장주 펀드가 가치주 펀드에 비해 5.6%포인트 높은 수익을 냈지만,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실적 차이에 따라 수익률이 차별화되는 실적 장세(2004년4월~2005년3월)에선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이 성장주 펀드보다 1.3%포인트, 코스피보다 1.2%포인트 앞섰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0월 이후 실적 장세가 펼쳐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밸류에이션 장세로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하며 가치주 펀드 투자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의 우위를 가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이론적으로는 상승장에서 덜 오른 가치주 펀드에 투자 관심을 높여야겠지만, 시장 흐름상 성장 컨셉트가 나아보인다"며 "IT 자동차 조선 등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외국인이나 기관 등이 주요 매수세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성장주가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보나 연구원은 "성장성이 높은 저평가 종목을 잘 발굴한 가치주 펀드라면 장기적으로 주가 추세를 넘어서는 좋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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