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10시 4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 한 도로. 수금한 돈을 싣고 KT&G 용인지사를 출발한 현금수송차량이 폭 3m 정도의 골목길을 100m쯤 달리자 골목에서 승용차 한 대가 튀어나와 가로막았다.
현금수송차량이 멈추는 순간 주변에 서 있던 괴한 한 명이 차량 뒷문을 열고 현금 7,450만원과 수표 780만원이 들어 있는 돈 가방을 들고 뛰었다. 괴한은 약 10m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던 공범의 오토바이에 올라타 역북동 방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승용차도 어느새 현장을 빠져나갔다.
완전범죄 같았지만 단서는 남았다. 주변에 있던 시민으로부터 "'38허'로 시작하는 흰색 렌터카"라는 진술을 받은 것. 경찰은 이를 단서로 차량을 추적했고, 5일 만에 범행에 가담한 3명을 붙잡았다.
경기 용인경찰서는 2일 현금 수송 차량의 현금과 수표를 강탈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40) 문모(40)씨를 구속하고, 구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농아인 이들은 지난해 8월 서울의 농아학교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 범행 준비는 영화처럼 치밀했다. KT&G 용인지사를 목표로 잡은 뒤 올해 초부터 서울과 수원시의 식당 등에서 수 차례 범행 방법 및 도주로 등을 논의했다. 범행 전 마평동 일대를 답사했고, 역할을 분담해 리허설도 거쳤다. 범행 전후에는 휴대폰 전원을 꺼 놓았다. 범행 뒤 돈을 나눈 이들은 행선지도 알리지 않은 채 각각 도피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9시께 경기 의정부시에서 1억1,000여만원을 운반하던 KT&G 의정부지사의 현금수송차량을 털었지만 빙판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돈 가방을 둔 채 달아났고, 평택시에서도 미수지만 범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월 22일 오전 9시 40분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현금지급기에 돈을 채우려던 보안 업체 직원들에게 9,700만원이 든 돈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의 관련성도 캐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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