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최근 한 TV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다친 모습을 본 남자주인공의 대사다. 연인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는 상황이 애틋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일 "신경과학센터 연구팀이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공포에 공감하는 뇌 활동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나도 아픈' 과학적 이유를 파악해낸 것이다.
이번 발견은 특히 타인의 고통이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이코패스나 정신분열병 자폐증 등의 치료에도 새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생쥐를 밀폐공간에 넣고 삐 소리가 나면 전기자극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모습을 다른 생쥐가 지켜보게 했다. 지켜본 생쥐는 하루가 지난 뒤 직접 전기자극을 주지 않고 밀폐공간에 넣기만 해도 그 자리에 얼어붙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공감반응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형제자매나 배우자 생쥐가 전기자극을 받는 모습을 볼 때 더 강하게 나타났다. 고통 받는 생쥐와 지켜보는 생쥐 간 친밀도가 높을수록 공감반응이 컸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시상, 편도체와 함께 사람의 뇌에서 공감능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전측대상회피질(ACC)의 활동 메카니즘. 연구팀이 ACC에서 특정(L유형 칼슘이온통로) 유전자를 제거하자 공감반응이 크게 줄었다. 즉 L유형 칼슘이온통로의 활성화 여부가 공감반응을 주로 좌우한다는 점을 새로 밝혀낸 것이다.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사람의 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향후 ACC의 L유형 칼슘이온통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면 사이코패스의 공감능력을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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