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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독립영화 정신은 어디 가고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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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생명은 독립이다. 다름 아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영화가 자유롭기 위해서다. 자본이 요구하는 어떠한 타협이나 왜곡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영화의 정신이자 본질이다.

그래서 독립영화는 운명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다. 제작자가 주머니를 털고, 감독이 집을 담보로 제작비를 마련해 굶어가며 영화를 찍는다. 독립영화에 돈을 대겠다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유명 배우도 출연을 꺼린다. 상업적 테크닉이나 화려한 영상도 불가능하다. 이 또한 독립영화의 숙명이다.

돈에 집착하는 독립영화

대신 독립영화에는 상업영화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는 영화를 강하고 실험적인 것으로 만든다. 주제나 소재에 거침이 없다. 감독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멋대로 표현한다. 상업적 흉내내기를 하다가는 서투르고 초라한 꼴만 당한다. 독립영화가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비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존재의 방식이고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마저 없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독립영화가 돈을 의식하거나, 돈 맛을 느낄 때는 이미 독립영화가 아니다. 독립영화라고 흥행에 성공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독립영화가 <워낭소리> 처럼 되려 해서는 안 된다. <워낭소리> 의 성공은 상업적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다. 독립영화 고유의 정신이 시대정서와 맞아 떨어진 '기적'이다. 기적이 두 번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의 한국 독립영화는 그 '기적'만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인다. 독립영화의 타락이다.

상업적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만이 아니다. 국가나 특정 단체의 자본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며 대범한 척하지만, 자신을 욕하고 화살을 쏘아대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절차와 방법이 어떻든, 지원 역시 자기 편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 10년을 돌아보라. 영화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인프라를 다진다며 지원한 돈과 사업을 누가 독점했는지.

지금의 정부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회 균등을 위해 지정위탁제를 공모제로 바꾸었지만,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자 선정을 보면 결국 결과는 비슷했다. 차이라면 과거 정부가 교묘하게 객관성으로 위장했다면, 지금 정부는 절차와 방법이 서투르고 엉성한 것뿐이다. 보수 정권답게 형식과 명분만 그럴 듯하게 바꾸었지, 디테일에 소홀한 결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 동안 기득권을 누려오다 밀려난 영화인들과 그들에 동조하는 정치인, 언론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절차의 하자, 공정성에 대한 문제점 지적을 넘어 공모제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정된 단체가 급조됐다며 평가절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2002년 처음 영상미디어센터가 만들어지고 사업자를 선정할 때 그들 역시 급조된 단체에 불과했다. 가난한 독립영화계에서 지원사업을 맡으려 일찌감치 '준비된 단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경험만 앞세워 "우리가 적임자"라고 말하는 것은 염치 없다.

결국은 '돈'때문이다. 8년 동안 누려온 혜택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정부는 이렇게 독립영화계까지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 돈은 독립영화 제작과 유통에 도움도 됐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독립영화의 정신을 망가뜨렸다. 어쩌면 다분히 반발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독립영화인들이 정부 도움 없이 스스로 걸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야말로 독립영화다운 태도인지 모른다.

정부 지원 꼭 필요한가

문제는 정부가 독립영화까지 돕겠다는 욕심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독립영화는'독립군'으로 두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영화 인력양성과 인프라를 위해 꼭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싶다면, 정부부터 과거 정권에 대한 복수심으로 '내 식구 챙기기'에 매달리지 말고 대범해지자. 출신 중에 삐딱한 놈이 많다고 지금의 한국영화를 있게 한 영화아카데미까지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독립영화 시절은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감독이라면 그것 역시 한 때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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