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7일 재독 소프라노 서예리와 함께 내한 공연을 펼쳤던 베를린 고음악아카데미는 옛악기에 옛주법을 고스란히 재현,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대 악기를 통해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미약하면서도 섬세한 떨림은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선사했다.
3월의 고음악 무대는 프랑스와 독일 연주자가 마련한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42)가 들려줄 쿠프랭의 '클라브생 모음곡', 그리고 독일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6)이 노래할 영국 바로크음악이 그것이다.
2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세 번째 내한공연을 하는 타로는 전형적인 프랑스적 감수성을 구현한다는 평을 받는 연주자. 라모와 쿠프랭의 프랑스 바로크음악을 녹음해 유럽에서 여러 음반상을 휩쓸었다. 그가 연주한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음반은 프랑스에서 3만장 이상 팔렸다. 이번에 들려줄 동시대 작곡가 쿠프랭의 곡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2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첼로 주자 장-기엔 케라스(43)와 함께 솔로와 듀오를 번갈아 펼친다. 쿠프랭만 바로크음악이고, 나머지 곡들은 드뷔시와 풀랑의 소품과 첼로 소나타, 뒤티외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3개의 노래' 등 20세기 프랑스 음악이다.
프로그램이 보여주듯 이들은 고음악 전문 연주가는 아니다. 지난 달 국내 발매된 타로의 음반은 그가 아끼는 쇼팽의 곡을 모은 '내 마음속의 쇼팽'이었다. 한국행이 처음인 케라스는 2007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으로 호평을 받았다. 케라스는 세계적 작곡가 겸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가 이끄는 현대음악 그룹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렝'에서 활동한 데서 알 수 있듯 현대음악에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프랑스의 고음악 전통을 상기시키는 레퍼토리를 선호한다. 2006년 타로가 프랑스 작곡가 티에리 페쿠에게 위촉해서 초연한 작품'쿠프랭을 찬양하며'가 좋은 예다. (02)2005-0114
안드레아스 숄(46)의 내한공연은 2000년 첫 내한 이후 10년 만이다. 18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하프시코드와 피아노 반주로 바로크 시대 영국 작곡가들의 성악곡을 노래한다. 중세부터 바로크까지의 레퍼토리를 전문으로 하는 카운터테너인 그가 들려줄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에 나오는 아리아들은 헨델 해석 권위자로서의 위상을 입증할 자리로 기대된다.
카운터테너란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까지 구사하는 남자로, 숄은 7세부터 소년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카운터테너가 되기 위한 수련을 쌓았다. 바로크 시대까지는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성 가수)가 담당하던 여성 파트에 본격 도전한 것은 17세 때였다. 숄은 특히 오페라와 종교음악으로 나뉘어졌던 카운터테너의 활동 영역 경계를 허물어뜨린 주역이기도 하다. 1577-776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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