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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지진 사망자 70%는 쓰나미에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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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지진 사망자 70%는 쓰나미에 희생"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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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8.8의 대지진이 칠레를 강타한 지난 27일 새벽, 해안가에 사는 마이올리 가티카씨와 가족들은 흔들림이 멈추자마자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가족들은 집 내부에 안전하게 대피해 있으라는 뉴스에 따라 쓰나미 공포에 떨면서도 한시간 가량 집에 머물렀다.

물이 차오르고 가구들이 떠다니는 걸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파도가 집을 삼키고 있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녀는 꼭 쥐고 있던 열한살 딸의 손을 놓쳤다. 다행히 딸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물에 휩쓸리지 않았고 가족 대부분이 무사했지만 가티카의 어머니는 행방불명된 상태다.

AP 통신은 2일 가티카가 살고 있는 항구도시 탈카우아노처럼 쓰나미 경보가 울리지 않은 해변가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보도했다. 사망자가 지진 발생 하루 만에 갑자기 는 것은 쓰나미 때문으로, 해안가 인근 주민들은 강진 이후 5, 6m 높이의 쓰나미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희생됐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칠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723명 중 쓰나미 때문에 숨진 사람이 70%가 넘는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과장된 쓰나미 경보를 내리는 바람에 대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정작 칠레 해안지역에는 경보가 내려지지 않았다. 프란시스코 비달 칠레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해군이 쓰나미 경고를 내리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곧바로 잘못을 시인했지만 평소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해온 칠레 지진대응체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또 다른 해안도시 펠루우에서는 쓰나미가 육지로 200m나 올라와 40명의 은퇴자가 머무르던 리조트에 들이쳤다. 소방 당국은 1일까지 다섯구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30여명은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물에 휩쓸린 대형 어선들은 육지에 내던져졌고 자동차들이 부서진 가옥의 지붕 위에 얹혀 있는 등 처참한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쓰나미를 목격한 클라우디오 에스칼로나씨는 "무조건 높은 곳으로 뛰면서 사람들에게 집에서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AP에 전했다. 네살, 여섯살 아이와 함께 언덕으로 대피한 그는 20분 뒤 세번의 큰 파도가 왔다며, 두번은 6m에 이를 정도로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 여자들 할 것 없이 모두 소리를 질렀고 그 후로는 무시무시한 침묵만이 흘렀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직접 받은 칠레 제2도시 콘셉시온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디차토에서는 해변가에서 술을 마시던 십대들이 제일 처음 위험을 감지하고 마을로 돌아와 경찰들과 합세, 직접 메가폰을 들고 주민 대피를 도왔다. 생존자 로질리오 레이어스씨는 물은 계속 불어 2층 높이까지 차올랐지만 라디오에서는 단 한마디도 쓰나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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