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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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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고아

입력
2010.03.0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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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새가슴처럼 뛰는구나

팔딱임을 멈추지 못하는구나

여기는 자리가 아니다 일어나라

날지 못해도

너는 날았다

아비를 날았고 어미를 날았고

형제자매를 날았다

일가친척을 날았다

집도 절도 일찍이 무너뜨려 날았다

너는 처음부터 날았던 사람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시방대천이 다 터졌다

만 개의 발우가 만발한다

문고리를 잡고 토하지 마라

심장을 다치지 마라

돌아보라

어머니가 서 있다

보관(寶冠)을 쓴 어머니가

약함(藥函)을 들고 서 있다

● 시의 말들이란 참 미묘해요. 이 힘찬 시를 읽어가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약함'이라는 단어를 읽는데, 힘이 쭉 빠졌어요. 그건 필시 약이 든 상자를 뜻하는 것일 텐데, 나는 자꾸만 그걸 마음의 약한 부분으로 오독했거든요. 돌아보면 어머니가 서 있을까봐 차마 돌아보지 못하는 그런 마음. 거꾸로 시를 읽습니다. 지금 '너'는 두려워하고 있고, 새가슴처럼 뛰고 있고, 팔딱임을 멈추지 못하고 있고, 문고리를 잡고 토하고 있고, 심장을 다쳤군요. 그리고 돌아보면 어머니는 약함, 어머니는 약함을 들고 서 있네요. 그 약함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지만, 어쩌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몰라요. 어머니는 그저 약함을 들고 있는 것일지도. 어머니의 그 '약함'으로 아들의 다친 심장을 고치는 것인지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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