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여름도 서운토다!" 유난히 무덥던 어느 여름날의 고희연 때 아버지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 한 마디는 딸의 가슴을 울렸다. 작곡가 강은수(50)씨의 신작 '아버지의 정원'은 모듬북과 가야금 병창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만수무강 축원가다.
그의 아홉번 째 작곡 발표회 '아버지의 정원'은 이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응원의 향연장이다. 요즘 들어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수신에 열을 올리는 부친에게 개인적으로 띄우는 격려의 편지이기도 하다.
2007년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이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위촉한 합창곡 '낮달, 하얀 겨울의 하늘 여행,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국악 동요 버전으로 초연한다. 시인 황동규의 '조그마한 사랑 노래, 더 조그마한 사랑 노래, 더욱 더 조그마한 사랑 노래'에서 받은 감흥을 독주 대금곡으로 되살린 곡이다. 강씨는 황 시인의 '봄날에'를 2005년 메조소프라노와 아코디온을 위한 작품으로 바꾸기도 했다.
월남한 아버지에게 늘 듣던 만주 이야기를 근거로 2008년에 쓴 '가야금 독주를 위한 아버지'는 춘하추동 열두 편으로 돼 있다. 이 작품은 일본 단가 시인 손호연씨 유족이 고인의 5주기를 맞아 강씨에게 위촉한 곡이기도 하다. 독일 유학 중이던 2006년 처음 만나 지금껏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9순 생일을 축하하는 '라우다테 도미눔'은 국악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3부 합창곡이다.
무대는 국악과 양악을 두루 포괄하는 연주자들이 선다. 대금에 임재원, 타악에 김민정 등 국악 주자들과 함께 바이올린에 김은식, 기타에 서정실, 플룻에 김대원 등 양악 주자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 대편성으로 연주되는 신작 '아버지의 정원'이 특히 기대된다. 11일 오후 7시 30분 남산국악당(02)780-505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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