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 경기가 열리고 있는 휘슬러 슬라이딩센터는 '초스피드 코스'로 악명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코스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목숨을 담보'로 레이스를 벌여야 한다. '죽음의 코스'에 잔뜩 겁을 먹은 '스피드 레이서'들은 불참 의사를 밝히며 몸을 사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봅슬레이 4인승 대표인 에드윈 반 칼커는 25일(한국시간) "레이스를 벌일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맨 앞에서 조종수 구실을 하는 칼커는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당한 사고 후유증과 더불어 가족들의 애원 등으로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뒤이어 리히텐슈타인의 4인승팀도 조종수 마이클 클링러가 2인승 경기 중 입은 부상으로 두통을 호소한 탓에 불참을 선언했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길래 '스피드광'들이 줄줄이 꼬리를 내리는 것일까. 휘슬러 슬라이딩센터는 봅슬레이의 코스 규정에 맞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똑같은 봅슬레이 경기장은 어디에도 없다. 설계자와 지형에 따라서 다소 달라질 수 있기 때문. 고도 786m 위에 놓인 휘슬러 슬라이딩센터는 코스의 수직높이가 152m, 트랙길이는 1,450m다. 총 16개 코너로 나눠진 이 코스에서 지난 13일 막바지 연습을 하던 그루지야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는 15~16 구간에서 전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부상자가 속출하자 조직위원회는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11코너에서 12코너로 올라가는 구간을 깎아 속도를 늦출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자 불참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13코너는 죽음의 코스 '50-50'으로 불린다. 코스 설계자는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할 확률이 50%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명칭의 이유를 설명했다. 10코너에서 가속도가 불 붙고 11, 12코너를 지난 뒤 13코너로 접어들 때면 시속 150km를 웃도는 최대 속도가 난다. 이로 인해 조종수가 조금이라도 방향을 잘못 틀면 전복될 위험이 있다.
봅슬레이 위험 '깐깐한 규정 적용'
봅슬레이는 공정한 경기를 위해 '깐깐한 규정'을 적용한다. 중량 제한뿐 아니라 썰매 날의 온도까지 제한을 둔다. 봅슬레이 4인승 경기는 썰매와 선수 체중을 더해 630kg, 2인승은 390kg을 넘을 수 없다. 중량이 무거울수록 가속력을 끌어올리기 쉽기 때문. 한국의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중량의 여분이 남아 30kg 납을 썰매에 부착하고 달린다. 썰매 날이 따뜻하면 얼음과 닿는 면에 쉽게 물기가 생기고 더 빠르게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썰매 날이 상온(常溫)에 보관하는 것과 비교해 4도 이상 차이가 나면 실격이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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