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스무 살을 넘긴 삼총사의 이름 앞에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이 붙었다. 셋 중 둘은 은메달도 한 개씩 챙겼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한 개도 없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별안간 '빙속 강국'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체대 '07학번' 동기 모태범(21), 이상화(21), 이승훈(22).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합작한 삼총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25일(한국시간) 밴쿠버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였다.
이들 셋의 승승장구를 두고 '요즘 세대 특유의 겁 없는 질주', '즐기면서 탄 게 비결'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들이라고 왜 '시련의 계절'이 없었을까.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고도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무덤덤하기까지 했던 3명에게도 지독스럽게 아팠던 기억들이 있었다. 올림픽 메달만을 놓고 독기를 품은 것도 잊기 힘든 실패의 경험 때문이었다.
이승훈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운동선수로서 갈림길에 섰던 그였다. "부모님은 괜찮다고 위로하시는데, 저는 회의감이 심했어요." 그에게 '솟아날 구멍'은 스피드스케이팅이었다. "깊은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대기보다는 차라리 몸에 힘을 빼고 밑바닥을 쳐 위로 올라가는 게 낫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나는 지금 밑바닥이니까 빨리 올라갈 수 있을 거다'라고 마음먹었죠."
개구쟁이로만 보이는 모태범도 아팠던 기억을 떠올릴 땐 표정이 어두워졌다. "중학교 2, 3학년 때 '내가 운동을 왜 하고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달을 운동을 쉬었어요." 모태범을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였다. "그때 어머니가 많이 아팠어요. '이러면 안되겠다' 정신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어머니 속을 썩이는 일 없이 운동만 했어요." 당시가 생생한 듯 말을 잇는 시간보다 먼 곳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선머슴' 이상화는 '내 시대는 끝났구나'라고 절감했던 때가 불과 1, 2년 전이었다고. "토리노대회(500m 5위) 끝나고 2007년 한 해가 슬럼프였어요. 월드컵시리즈에서 경쟁하던 선수가 1등 했는데, 나는 18등이었어요. 18등 하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이상화는 또 "작년에는 여름에 발목을 다쳐서 두 달간 쉬었다. 다른 선수들 보면서 '밴쿠버올림픽은 끝난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힘든 재활을 악으로 견뎌낸 이상화는 지난해 말부터 정상 궤도에 진입했고, 마침내 자신의 바람대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삼총사는 다음 올림픽 목표를 묻자 입을 모았다.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로 또 뽑힌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죠."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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