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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웃음 속에 감춰진 아프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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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웃음 속에 감춰진 아프간의 현실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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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낯선 무리가 접근하자 개는 요란스레 짖었을 테고, 달려 나온 주인은 저렇게 개의 목을 지그시 밟고는 정면을 향해 미안한 듯 웃고 있다. 자동화기로 무장한 한 무리의 미 해병이 지나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개의 목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녀석의 성정이 인간에서 유달리 난폭했을 것 같지는 않다. 뒤로 보이는 나무가 녀석을 묶는 말뚝이고, 끈이 몸통에 가려져 있더라도 상황은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느닷없이 모진 상황에 놓이게 된 개는 짓눌린 목의 통증이나 굴욕감보다 하늘처럼 믿던 주인에 대한 배신감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자신보다 더 굴욕적이었을 주인의 심정도, 제 목을 눌렀던 주인의 발 뒤꿈치가 표나지 않게 최대한 들려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요컨대 저 순간의 진실은 주인의 어정쩡한 미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발의 뒤꿈치에 있을지 모른다.

두어 걸음 떨어진 자리에 맨발로 서 있는 무연한 표정의 아이는 아들일까. 그렇다면 저 순간 남자의 마음은 아들에게 비굴한 웃음을 들키고 싶지 아비의 심정과, 개의 충직함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주인의 마음, 그리고 돌이나 총을 들지 않는 한 한없이 몸을 낮춰야 하는 아프간 남자의 현실 사이에서 찢어지고 있을 것이다. 찢어지는 마음으로 저렇게 웃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헬만드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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