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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미래 있다/ (하) 울산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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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미래 있다/ (하) 울산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 현장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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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경수로 공정률 46%… 佛 아레바보다 연료비 23% 저렴

2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호기 건설 현장. 동해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둥근 콘크리트 탑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직경 48m, 높이 88m의 탑이 세워지고 2013년 9월 가동한다"면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바로 그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 곳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출 계약을 맺은 신형경수로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이 들어선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한국 원전 기술의 산실이다.

경쟁 회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의 티끌 하나라도 얻으려 호시탐탐이지만 철통 방어막으로 막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 현재 46%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바로 곁에서 2014년 9월 가동할 '쌍둥이' 4호기의 터 닦기가 한창이다.

APR-1400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순수 우리 기술로 2,300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 바로 곁에 있는 신고리 1,2호기의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과 비교할 때 발전 용량은 1,000㎿에서 1,400㎿로 40%나 늘어났고 가동 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길어졌다.

반면 첫 콘크리트 공사부터 상업 운전까지 건설에 필요한 시간은 62개월에서 1년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 프랑스 아레바의 EPR-1600과 견줘도 건설비를 5분의 1, 발전 연료비는 23% 정도 저렴하다. 같은 비용을 써도 더 높은 연료 효율을 얻을 수 있고 바로 그 점이 UAE 원전 수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게 한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전성 부문도 리히터7 수준의 강진에도 문제가 없도록 내진 설계를 갖췄다.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원전 계측 제어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도 눈에 띈다. 운전원이 직접 가동을 하고, 점검까지 해야 하지만 첨단 IT 기술과 원자력이 만난 신고리 3호기는 모든 제어 시스템이 디지털로 돌아간다. 그 만큼 운영에 최소한의 인력이 필요하고, 정확성은 높이면서 원전 운영에 이상이 생기면 재빨리 알아차리고 처리할 수 있다.

이순형 소장은 경쟁력의 핵심은 강판 콘크리트 구조(Steel Plate ConcreteㆍSC구조) 모듈화 공법에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는 철근과 거푸집을 썼다"며 "반면 SC구조는 철판을 사용하는 구조체로서 원전의 구조물과 계통, 기기를 한 몸으로 만든 모듈 단위로 시공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었던 기존 공법과 달리 공장과 현장에서 동시에 시공(Parallel Construction) 하기 때문에 건설 시간을 크게 줄인 것.

이 소장은"1,400㎿급 원전 1기를 하루 발전하면 12억∼13억 원의 매출이 생기고 1달이면 360억 원"이라고 말했다. 안전 사고도 줄이고 거푸집 등 건설 폐기물과 비산 먼지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일반 플랜트, 교량 및 건축물 등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산업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공법은 2005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작한 '전력 산업 연구 개발' 사업의 결과로 이 분야 세계 최초의 산업 기술 기준으로 미국 등 다른 원전 선진국보다 적어도 2년 이상 앞서고 있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 한수원 관계자는 "핵심 기술 요소에 대해 특허 출원 중이고 이 기술을 쓴 원전의 해외 수출에 필요한 산업재산권도 확보해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수원 관계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일본, 미국 등 경쟁국들도 건설 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

한수원은 현재 SC구조를 바탕으로 한 복합 모듈화 공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김종신 사장은 "SC구조에 파이프, 케이블 등 대량 설치 자재를 일체화 해 공장에서 조립한 다음 그대로 현장으로 옮겨 설치하는 공법"이라며 "레고 블럭을 쌓듯 시공하는 기술"이라고 묘사했다. 한수원은 미래형 원전으로 불리는 'APR+'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0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까지 1,800억 원을 들여 개발을 끝낼 계획인데 발전 용량은 1,500㎿로 더 높고 연료 효율은 더 높게 만든다는 목표다.

울산=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日·印도 핵연료 재처리하는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서둘러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전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한ㆍ미 원자력협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 업계가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한ㆍ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승인 없인 우라늄 농축은 물론 사용 후 핵연료도 재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우라늄 광산을 발견한다 해도 이를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매년 4,000톤의 우라늄을 연료로 쓰면서도 스스로 우라늄 원석을 농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다.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연간 70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이를 재처리할 경우 90% 이상 다시 쓸 수 있고 폐기물의 양도 10분의1로 줄일 수 있지만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시 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특히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재처리를 허용할 순 없다는 게 미국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최신 원자력 기술로 이러한 우려의 근거도 약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지금까지 사용 후 핵 연료를 재처리하는 방식은 핵폐기물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 추출하는 방식(퓨렉스)이었으나, 최근 플루토늄과 넵투늄 및 큐륨 등을 한꺼번에 추출하는 방식(파이로프로세싱)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핵 확산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따라서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 시 적어도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가 허용돼야 한다는 게 업계 요구사항이다.

일본 및 인도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일본은 이미 1988년 핵폐기물 재처리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포괄적 동의를 얻었다. 인도도 사용후 핵 연료 재처리가 허용되고 있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세계 6대 원전 수출국 중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협정 개정을 위한 본격 협상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은 2014년 만료 예정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김종신 한수원 사장 인터뷰

김종신(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 세계 최고 명품 원전의 길로 들어섰다"며 "첨단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원전 기술 인력 양성 등을 통해 경쟁국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울산 울진 신고리 원전 3, 4호기 건설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UAE 원전 수주 이후 경쟁국들은 한국의 원전 기술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원전의 장단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며 "한국의 부상을 미리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우리 역시 더 철저히,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장은 이어"무엇보다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신기술 개발을 위한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좀 더 밀도 있는 연구개발(R&D)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 관련 기술 인력 양성이 가장 급한 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 안팎에서 원전 건설이 계속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며 "2, 3년 안에 3,000명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올해 원전 전문 건설 인력 600여명, 운영분야 인력 400여명 등 모두 1,000여명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지난해에도 6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한 바 있다.

김 시장은 "원전 수출은 30년 가까이 원전 개발을 위해 묵묵히 애쓴 원전 업계 피와 땀의 결과"라며 "더 많은 노력으로 국가의 자존심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울산=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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