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내외로 추산됐던 지난달 27일 칠레 강진 희생자가 지진 발생 하루 만에 7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칠레 일부 재난 지역에선 약탈행위가 빈번히 일어나 군이 치안유지에 직접 나서는 등 사회혼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28일 대통령 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708명으로 집계됐으며, 피해규모는 구조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칠레 인구의 8분의 1인 200만명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건물더미에 깔린 부상자들을 하루빨리 구조하기 위해 각국의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콘셉시온시 일대에선 생필품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붕괴된 교도소에선 수감자들이 탈출하는 등 혼란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바첼레트 대통령은 28일 콘셉시온에 군대를 파견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와 함께 칠레 정부는 약탈 행위가 번지고 있는 콘셉시온과 마울레에 지역에 국가 재해사태를 선포하고 질서회복과 안전유지를 위해 통행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칠레 경찰은 생필품은 물론 전자제품들까지 약탈하는 시민들에게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쏘며 강경 진압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한편 칠레 해군은 강진 발생 직후 쓰나미 발생 경보를 제때에 발령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실수였다”고 28일 공식 시인했다. 해안도시 콘스티투시온과 펠로우에서 350명이 사망하는 등 대다수 희생자가 쓰나미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당국의 부실한 위기대응 조치를 비난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진 이후 100여 차례 발생한 여진이 28일에도 잇달아 주민들이 건물붕괴를 우려해 노숙을 하는 등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칠레 탈카시로부터 북동쪽으로 109km 떨어진 곳 지하 35km깊이에서 규모 6.2의 여진이 발생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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