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타와 몽환적 보컬의 조화
금세 비라도 쏟아부을 듯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우수가 가득하다. 우울한 전기기타 음이 배경으로 흐르고 몽환적인 목소리가 도드라지며 고막을 두드린다. 단순하지만 정교한 음이 반복 청취를 유혹한다.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이 7년 만에 내놓은 신보다. 낮은 어조로 읊조리는 듯한 음이 역설적으로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힙합 리듬에 소울 풍의 멜로디 등을 섞어 세기말 사운드라 불리기도 한 '트립합'의 선구자답다.
첫 번째 트랙 'Pray For Rain'부터 심상치 않다. 전기기타와 드럼의 반복적인 리듬 위에 비를 기다리는 듯한 보컬의 울적한 목소리가 가슴을 적신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한 곡들이 주조를 이루지만 다 듣고 나면 기분은 의외로 차분해진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망중한 속에 케케묵은 감정을 말끔히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앨범 이름은 독일의 한 군도(群島)의 지명에서 땄다. "앨범에 담긴 다채로운 면을 포괄하기 위해 사물이나 문장, 단어를 쓰기보다 특정 장소를 제목으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워너뮤직코리아.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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