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0)가 26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아사다 마오(20ㆍ일본)와의 라이벌전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78.5점)에 이어 이날 프리스케이팅(150.06점)에서도 역대 최고기록을 세우며 피겨 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올림픽 시상대에 우뚝 서기까지 김연아가 거쳐온 과정은 한마디로 숙명의 라이벌 아사다와의 경쟁으로 요약된다.
첫 맞대결에서는 아사다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2005년 3월 핀란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는 172.75점을 기록, 137.75점의 김연아를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5년 후 전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아사다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총점 205. 50점으로 자신의 생애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김연아가 '넘을 수 없는 벽'임을 실감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에서 주유는 제갈공명에 번번이 패한 후"하늘은 왜 주유를 세상에 낸 후 또 제갈공명을 내셨는가"라고 한탄한다. 아사다의 심정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트리플 악셀은 2차례 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악셀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90년 9월 나란히 태어났다. 국제 무대에서 먼저 각광을 받은 쪽은 아사다. 2004~05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를 압도한 아사다는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도 김연아를 20.31점의 큰 차이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06년을 고비로 두 사람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김연아는 2006년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아사다를 처음으로 꺾었고, 시니어 데뷔 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아사다를 추월했다.
시니어 데뷔 후 초창기만 해도 김연아는 표현력, 아사다는 기술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는 사이 김연아는 완벽한 점프와 연결 동작을 가다듬으며 아사다와의 격차를 벌려 나갔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정신력에서도 아사다를 압도했다. 24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가 73.78점의 최고 기록을 세운 후 빙판에 나선 김연아는 흔들림 없는 연기로 78.50점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반면 26일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의 뒤에 등장한 아사다는 큰 부담을 느낀 듯 여러 차례 실수를 범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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