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유층의 검은 돈 은신처로 각광받아 온 스위스은행 비밀금고. 과거 우리나라 권력자와 재벌 등도 이 비밀금고의 고객이란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내년 이후부터는 국내 부유층의 '검은 비밀'을 더 이상 지켜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최근 스위스 정부와 양국간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 규정을 넣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세부 조율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 늦어도 7월 초에는 최종 합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초에는 양국간 금융정보 교환이 가능해져, 우리나라에서 탈세한 돈이 스위스 비밀 계좌에 은닉되어 있을 경우 추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쟁점은 계좌정보 공개 범위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본 합의는 이뤄졌지만 어떤 조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계좌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다소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우리나라 국세청에서 심각한 탈세 혐의가 있는 자금이 스위스은행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 스위스은행 측에서 계좌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포괄적인 계좌정보요청이나, 탈세 아닌 일반 범죄자금에 대한 추적은 여전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1930년대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 재산 색출에 나서자 이에 맞서 예금자 비밀 보호를 법으로 명문화한 이후 지금껏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작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조세피난처 등 금융정보 교환 기피국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경고하면서 미국, 프랑스 등과 제한적인 금융정보 교환에 합의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스위스은행과 금융정보 교환이 이뤄지면 역외 탈세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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