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대학입시 3불(不)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총리 발언의 요지는 "이제는 대학에 자유를 줘야 한다"와 "3불에 대해 잘 연구해 보겠다"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련의 과정으로 보아 원칙론 표명보다 '3불 폐지 검토'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직은 3불 원칙을 재검토할 만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며, 그래서 정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면서 '3불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4월부터 2년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내정돼 있는 이 총장은 '사회적 합의'를 "대교협의 교육협력위원회의 합의"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고려대는 기여입학제를 바로 도입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대교협 회장 내정자의 이러한 소신과 불과 며칠 후 있었던 총리의 발언으로 미뤄 '3불 폐지 검토'는 발표 절차만 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화하고 있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불가하다는 원칙이 현실적으로 일부 허물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대교협은 2012년까지 3불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무늬만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주요 대학들은 모집 단위와 논술시험 방식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일부에선 이미 고교종합평가를 실질적인 입학사정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이후엔 학생 선발권을 100% 대학에 이관하는 대입완전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불가 원칙을 세워놓고 일부 현실적 상황을 예외로 인정하는 것과 원칙 자체를 허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더구나 교육문제를 일부 단체나 집단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순 없다. 특히 기여입학제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정 총리가 "대통령과 총리, 교과부의 3박자가 맞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개선 모습 보일 것"이라고 했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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