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난 사건을 검찰이 공소장까지 바꿔 다시 기소했지만, 이번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2008년 3월 이모(48ㆍ여)씨는 서울 중구 재건축 공사장에서 철거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업무방해는 인정하면서도, 집시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만으로는 어떤 이유로 불법집회가 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은 공소장에 장소와 시간, 간단한 내용과 함께 이씨가 해산명령에 지체없이 응하지 않았다고만 적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이 공소범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불이익을 준 만큼 공소제기가 무효"라며 공소기각 판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기소 자체가 무효인 만큼 유ㆍ무죄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례적으로 공소장까지 변경해 이씨의 유죄판단을 구했다. 바뀐 공소장에는 '어떤 양상의 시위를 벌였는지, 소음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이 상세히 추가됐다.
하지만, 4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4부(부장 김필곤)는 "앞서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했으나 경찰 제지가 없었고, 경찰 체포 시 별다른 저항이 없던 점으로 미뤄,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집회는 아니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불복해 재상고하자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검사 주장만으로는 이 사건 집회가 신고 장소를 뚜렷이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로선 2년 간 무죄-무죄-공소기각-무죄-무죄의 5심(審) 끝에 혐의를 벗게 된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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