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중대 결단'을 언급하면서 국민투표론이 세종시 문제의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여권 주류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고 아직은 정치권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부의 수정안이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야당의 반대로 당론변경은 물론이고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 된다면 '마지막 카드'로써 던져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내 친이계는 국민투표론에 대해 당론변경이 지지부진하자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에게 경고 메세지를 보내면서 수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도 읽힌다. 일부 의원들은 1일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며 "책임 정치 차원에서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일단 친이계는 이번 주부터 논의될 중진협의체의 논의를 거쳐 3월 중순까지는 당론 변경 절차를 밟겠다는 생각이다. 원안을 고수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해 수정안이나 절충안을 만들어 처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진협의체에 대한 시각은 회의적이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청와대가) 당내에서 더 치열하게 논쟁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격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당론이 결정되지 않고 친박계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부각된다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핵심 의원도 "당론 표결에서 친이계가 져도 사실상 지는 게 아니다"면서 "섣불리 국민투표를 통해 수정안을 가결시키면 정말 밀어붙이기를 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이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4월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방선거 자체가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되면서 '반(反) 이명박 전선'이 형성되는 정치적 부담이 생긴다"며 "결단을 내려 4월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4월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비용 지출을 줄이는 측면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전망도 많다.
그러나 국론분열이란 부작용도 만만치 않고 현재 수정안과 원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비슷한 점을 감안해 다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충청권과 비충청권으로 국론이 분열되기 때문에 최종 카드로서는 위험성이 있다"며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준 뒤 수정안을 접을 수도 있고, 친이계와 친박계간 절충안 형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출구를 열고 싶어도 퇴각 명분이 없어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형식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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