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미 백악관과 의회 지도자들이 총출동한 대형 정치 이벤트도 양당의 깊은 불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제의로 25일 오전 백악관 건너편 영빈관의 큰 사각 테이블에 민주, 공화 양당 상ㆍ하원 의원들이 마주 앉았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상ㆍ하원 의원 38명과 오바마 대통령,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 등 모두 41명이었다.
고사직전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막판 타협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건보개혁 서미트(정상회의)'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미국을 움직이는 백악관과 의회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자체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끝장토론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무려 7시간 반 가까이 계속됐다. 토론장면은 CNN 등 케이블채널과 의회전문 C-SPAN을 통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달됐다.
기조연설을 한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는 컸다. 그는 전날 초당적으로 처리된 15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법안을 거론하며 "이 자리가 카메라 앞 '연기'나 정치극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장에 나오면서도 "계획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양당의 첨예한 정치공세가 이어졌다. 공화당 기조발언에 나선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도요타 리콜 사태에 빗대 "(민주당) 법안은 리콜할 수도 없다"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 "토론회는 부적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펠로시 의장은 "원점 재검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매코넬 공화당 대표는 "발언 시간이 공평치 않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진행 및 토론의 1인 2역을 했다. 공화당 주장을 거의 혼자 방어하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별로 없었던 때문이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혼자 고군분투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22일 발표한 개혁안에 공화당 주장이 반영됐다며 성과도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몇몇 동의를 끌어낸 것을 빼고는 백지화를 요구하는 공화당의 반대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 말미에 "1년 동안 끌어온 토론을 다시 할 수 없다"며 "수주 동안"절충을 시도한 뒤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3월까지 타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상원에서 60석이 아닌 단순 과반(51석)으로 가결되는 '조정(reconciliation)' 방식으로 강행처리 하려는 것으로 언론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민주당 기류를 보면 단독 처리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블루 독(Blue Dog)'그룹 등 재정문제에서 보수적인 민주당 중도파들은 엄청난 재원을 요하는 오바마 안에 비판적이다. 토론회를 통해 양당 대립과 민주당 분열이 다시 확인되면서 건보 정국은 더욱 짙은 혼돈에 빠진 꼴이 됐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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