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본래의 쓰임은 성품이나 기질이 '선(善)'함을 표현한다. 친구끼리 수다를 떨 때, "지난 주 소개팅 어땠어?"라는 물음에 "사람은 착하더라"고 답한다면 통상 외모에서는 그다지 튀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뜻으로 서로 해석한다.
'착한 어린이'라고 담임선생님이 칭찬한다면, 분명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뜻이 들어있을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착한 며느리'는 시부모님 말씀을, 또 '착한 아들'은 부모님 말씀을 귀담아 듣는다는 표현일 것이다.
요즘은 '착하다'의 의미가 하나 더 는 것 같다. '착한 몸매', '착한 가격'처럼, 성품이 선한 사람이나 가축 앞에만 주로 붙던 형용사가 무생물 앞에도 자주 붙는다. 착한 몸매나 착한 가격이 과연 무얼까 따져보니 결국 몸매가 좋아서 보는 눈이 즐겁다는,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돈 내는 사람이 기분 좋다는 뜻이다.
최근 나는 한 음식 관련 인터뷰에서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올 한해 가장 화두가 될 음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착한 맛'을 가진 음식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과연 착한 맛은 무얼까? 앞서 열거한 착하다의 의미를 전부 가진 맛이 아닐까? 일단 본래의 뜻에 충실하게 '선한 맛'이어야 하겠다. 선한 맛은 그 맛을 지은 사람, 가령 그 식재료를 농사 지은 사람과 요리한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다루었느냐의 문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아무리 선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요리도 먹는 이의 마음이 복잡하고 음울하면 그 맛과 영양이 온전히 흡수되기 어렵다. 그러니 농사를 지은 사람, 요리 한 사람, 먹는 사람이 똑같이 선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할 때 완벽하게 선한 맛이다.
말을 잘 듣는 맛이 착한 맛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계절의 말을 잘 듣고 제대로 익어간 식 재료, 사람이 먹었을 때 인체의 소리를 잘 듣고 소화될 수 있는 음식이 착하다.
마지막으로 착한 몸매처럼,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구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줄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이 만든 음식이 계절의 소리와 몸의 반응을 잘 살펴 소화도 잘 되고 영양분도 많다지만, 게다가 담음새나 향기까지 더해져 먹는 이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든다면 이는 음식이 해야 할 의무 이상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음식이 '착한 가격표'까지 달고 있다면 더 좋고. 무조건 저렴하다고 해서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돈을 지불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수준의 가격이면 좋겠다는 말이다. 착한 사람들이 만든 착한 요리를 착한 가격 내고 먹는 날이 요즘은 '운수 좋은 날'이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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