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주목했던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은 1996년 사형제에 대한 첫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합헌과 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의 비율과 세부적인 논거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물론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입장이 어느 정도 변화하였다는 점에서 볼 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사형제는 헌재 결정을 통해 여전히 형벌 제도의 한 종류로서 실정법에 남아 있게 되었다.
사회적 합의 촉구한 헌재 결정
이번 결정에서 헌재의 합헌 의견은 사형제에 대한 헌법적 근거와 사형제가 갖는 공익적 기능을 강조하였다. 즉 사형제는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로부터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비록 비상계엄이라는 제한된 상황을 전제로 했지만 실정 헌법이 사형제를 언급하고 있는 한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합헌의 논거에 대응하여 위헌 의견은 생명권의 절대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형제는 형벌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그 존폐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히 근대 이후 지속적으로 인권이 신장되면서 비록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라 하여도 그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폐지론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사형제를 폐지하는 국가가 점차 증가하였고, 사형제를 존속시킨다고 하여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잠재적 사형폐지국가의 수도 늘어났다. 이와 함께 국제연합도 사형제 폐지를 선언하였고, 사형제 폐지 운동 단체의 활동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함께 우리도 과거 사형제를 오ㆍ남용하였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사형제 폐지 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렇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연쇄살인범죄 등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는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을 이끌어 내었고, 그 결과 사형제 존폐의 논란은 계속되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국회에는 세 차례에 걸쳐 사형제 폐지 법률안이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물론 사형제 폐지 법률안은 18대 국회에도 제출되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형제의 존폐를 놓고 수많은 논란을 거듭하였다. 이번 헌재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헌재도 합헌 의견을 통해 사형제의 존폐에 대하여 국민의 선택과 결단이 필요하며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사형의 대상을 줄이거나 문제되는 법률 조항을 폐지하는 등 점진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사형제 존폐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풀어가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사형제 폐지와 관련하여 이를 대체할 절대적 종신형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사형제 폐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역시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폐지하려면 헌법부터 고쳐야
사형제 존폐 문제와 관련하여 우선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는 사형 관련 조항의 정비이다. 또한 헌재가 밝힌 것처럼 연쇄살인범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국한하여 사형제를 존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차제에 형법에서 사형 규정을 삭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형제 자체에 대한 폐지 법률은 헌법이 사형을 언급하면서 용인하고 있는 한 법질서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통하여 사형에 대한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 나아가 사형제가 갖고 있는 사회적 방어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ㆍ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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