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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진짜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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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진짜와 가짜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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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형님은 몇몇 동인과의 조촐한 출판 기념 모임마저도 사양했다. 노모가 위중한 병중에 있어 축하 모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시집 <올레 끝> 은 따뜻한 시집이어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마침 제주 시사랑회가 매달 여는 낭송 모임에서 이번 신간 시집의 시를 소개하는 특집 낭송회를 가진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처럼 진짜 문학을 하는 사람은 출판 기념회를 쉽게 열지 않는다. 그것이 폐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학과 독자가 만나는 가장 좋은 출판 기념회는 책을 직접 사서 읽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 곳곳에서 요란한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6·3지방선거를 두고 재선, 삼선을 노리는 지방 정치인이 앞다투듯이 책을 내고 화려한 출판 기념회를 연다.

이번 선거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자들도 출판 기념회를 열며 이름을 알린다. 문제는 그들이 내는 책은 진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것도 가짜라고 하는데 책과 비슷하지도 않은 폐지 같은 것을 책이라고 내고 있으니. 이젠 눈 밝은 유권자들은 진짜와 가짜는 구분할 줄 안다.

차라리 정치권이 출판에 들이는 막대한 돈으로 자신의 선거구에서 경제 사정이 어려워 책을 내지 못하는 문학인의 책을 내주면 박수라도 받을 것인데. 어느 핸가 선거가 끝나고 폐지 처리장에서 후보들의 선거용 책자가 산처럼 쌓여 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아서 하는 말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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