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 지음ㆍ최성은 옮김/ 크림슨 발행ㆍ528쪽ㆍ2만2,000원
“아프리카는 글로 기술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하다. 그것은 살아있는 대양이고 별도의 혹성이며 다양하고 광대한 코스모스다.”
폴란드 출신의 기자이자 시인인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1932~2007)는 1957년 아프리카에 첫 발을 디딘 이후 4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아프리카를 찾았다. 트럭을 히치하이크로 잡아타고 다니거나 유목민들과 함께 사막을 떠돌며 아프리카의 속살을 보려 애썼다.
1998년 출간된 이 책은 그가 아프리카에서 보낸 시간을 하나로 묶은 르포이자 에세이다. 책은 1958년 갓 독립한 가나의 들뜬 분위기에서 출발해 1962년 영국 식민체제 말기 탄자니아의 혼란, 1975년 에티오피아, 1988년의 우간다 등으로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며 이어진다. 저자는 그 사이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기도 하고, 폭도들로부터 총격을 당하기도 한다. 담담하면서도 정제된 필치로 써내려간 여행기 사이로 아프리카 식민통치의 역사와 노예 매매, 그리고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신생 국가들의 권력 쟁탈전 등이 자연스럽게 보태진다.
‘쿠데타에 대한 탐구’ 부분에서는 1966년 나이지리아의 군사 쿠데타에 대해 기록한 취재 노트를 그대로 옮겨놓았고, ‘르완다에 대한 강연’이라는 제목의 글은 강연문 형식을 빌어 르완다의 역사와 벨기에로부터의 독립운동, 같은 민족끼리 벌인 학살의 참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설명한다.
반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인 압달라왈로 마을에서 보낸 하루에 대해 쓴 글에서는 문학적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척박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탄자니아의 밀림 한 가운데서 “심오하면서도 확고한 슬픔이 배어 있는” 눈빛을 가진 코끼리와 마주친 신비로운 경험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카푸시친스키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인들이 흔히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는 두 가지 선입견을 깨트리고자 한다. 아프리카를 열등한 문화의 미개한 영토로 단정짓는 것이나, 지나치게 감상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로 미화하려는 것 모두 옳지 않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흑단(黑檀)’은 단단한 재질과 짙은 검정 빛깔을 가진 감나무과의 나무로, 아프리카의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를 상징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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