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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세바퀴'서 인기몰이 개그맨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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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세바퀴'서 인기몰이 개그맨 김현철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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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탈선 문제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인근에 있는 부동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코카서스인들 중에서 보드카를 석 잔 이상 마셔서 코 끝이 새빨개져 있는, 안주 대신 소금을 찍어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뭐라던가요." "가이스키야!"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에서 'PD 공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현철(40)을 만났다. 김현철은 'PD 수첩'을 패러디 한 'PD 공책'에서 말을 더듬는 초등학생이 국어책을 읽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화법을 구사한다. 코카서스인을 발음할 때도 "코"라고 발음한 뒤 생각이 나지 않는 듯 고개를 한껏 쳐들며 한 박자를 쉰 다음 "카서스인"이라고 발음한다. 말의 끊어짐이 0.1초만 더 길어도 답답하고, 반대로 조금 짧으면 감칠 맛이 없어질 터. 김현철은 그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한다.

김현철이 데뷔 16년 만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단비' 코너 진행자가 됐고, SBS '강심장', KBS '승승장구' 등 다른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관심사는 온통 'PD 공책'에 집중된다. 최근의 인기가 'PD 공책' 덕분이니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에서다. 그러다 보니 'PD 공책'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밤잠을 설치고 두통에 시달리기 일쑤다. "산삼 좋은 거 누군들 모르겠어요. 그런데 산삼이 보여야 캐지요"라는 말에서 아이템 고민에 시달리는 그의 심경이 묻어났다.

그는 남에게 웃음을 주는 걸 '소명의식'으로 여기는 듯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여 년간 학급 오락반장을 놓치지 않았을 만큼 그 소명의식의 역사는 길다. 최근 한 여성 연예인이 "한의원 환자대기실에서 김현철이 내 다리를 훑어보고 침을 흘렸다"고 말한 것에 기분 나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웃겼으면 됐죠"라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언짢았지만 사람들이 웃었다면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만큼 그의 관심사는 오롯이 '웃음'에 집중돼 있다.

웃음에 대한 열망, 몸을 던져서라도 웃기겠다는 김현철의 의지는 데뷔 초반부터 박현석 PD의 눈에 들었다. 김현철은 "10여년 전 MBC 개그프로그램 '코미디닷컴'부터 최근 '세바퀴'까지 같이 일하고 있는 박 PD가 개그에 대한 나의 감각을 변함없이 믿어주고 있다"면서 "8년 전 했던 'PD 공책'을 다시 해보라고 한 것도 박 PD"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변변한 선물 한 번 주고 받은 적도 없지만 내 개그로 사람들이 크게 웃으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그렇지 못하면 가슴을 치면서 안타까워한다"며 "박 PD가 저를 페르소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아이템 고민에 목을 매고, 시청자들이 웃지 않으면 조바심이 날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박 PD를 볼 낯조차 없다는 김현철이 생각하는 새로운 웃음의 돌파구는 어디 있을까. 그는 "별다른 것은 없다. 좀 덜떨어진 캐릭터라는 지금의 컨셉트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큰 웃음을 선사하겠다"며 개그맨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경규 형이 저보고 '기본적으로 웃기는 얼굴이고, 웃기지 않아도 욕 먹는 모습이 웃기니 참 좋은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좋은 아이디어만 얹으면 되지 않을까요."

글ㆍ사진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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