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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 한계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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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측정 한계에 도전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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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끈질긴 도전정신 일 것이다. 우리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들에 의해 기존 지식의 한계가 극복될 때마다, 수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었으며 새로운 산업분야가 발전한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새로운 과학지식을 얻는데 가장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기술은 무엇일까? 필자는 기존의 측정 한계를 극복하거나 신개념의 측정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발전의 주체는 사람이다. 어떤 현상이건 사람이 알아 차릴 수 있어야 이해도 하고 이용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현상을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정보로 만들어 주는 측정기술은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이 된다.

사람들이 자와 저울을 사용하면서부터 여러 개의 부품을 조립하여 원하는 형태나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만들고, 연금술이나 제약기술을 발전 시킬 수 있었다. 자와 저울과 시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고전역학이나 화학 분야의 과학지식 수준도 향상되었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없었던 크기의 한계를 극복한 현미경이 나오면서 세포나 미생물 수준에서 생기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자동차나 비행기 등 정밀기계의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원자 분자 수준을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의 개발로 나노기술 시대가 열리고 반도체 등의 정보ㆍ전자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DNA도 관측할 수 있는 나노 수준의 측정기술이 접목되면서 생명공학은 비약적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

X-ray나 초음파 혹은 자기공명 등을 이용한 영상기기를 통해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인체 내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피검사 소변 검사 등 화학분석 측정기술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촉진이나 경험적인 판단에 의지해야 했던 시절과는 진단과 치료의 수준이 달라졌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 측정 못하는 것들은 아직도 많다. 너무 크거나 작아서, 너무 빨리 변해서, 혹은 너무 멀리 있어서 등등. 측정범위가 능력 밖인 경우가 있고, 측정해야 하는 대상이 고압이거나 진공 혹은 초고온처럼 극한 환경이어서 기존의 측정 장치를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견고하게 둘러 싸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아주 제한적이다. 특히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측정은 측정행위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는데다, 측정 도중에 위치나 상태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러한 측정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개발은 관련 과학기술 및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기존의 측정 능력을 개선하고 측정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파급력이 큰 것은 새로운 물리량에 대한 발견이나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신개념 측정 기술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찾아낼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의 암세포까지 그 분포를 찾아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다면 조기진단이나 완치의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 세포단위에서 암세포 발생과 성장 과정을 자세히 이해 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신개념의 측정 기술을 가진다면 암을 그 발생부터 막아 존재하지 않는 질병으로 만들 수도 있다.

신개념의 측정 기술과 측정 장치가 개발 된다는 것은 과학기술의 한단계 도약과 함께 새로운 학문 분야와 산업군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따라잡기 식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으로 과학기술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때 측정과학 분야에 도전하는 과제는 더더욱 중요하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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