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ㆍ이수연 옮김/한국경제신문 발행ㆍ528쪽ㆍ2만3,000원
1910년에 18명의 학자가 100년 후의 세계를 전망한 <100년 후의 세계>라는 책은 미래 예측의 양면성을 알려준다. 이 책은 전세계적인 휴대전화의 보급, 전자결재, 화상대화 등 현재의 정보통신 세계를 정확히 예측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며, 인종간 전쟁이 벌어진다는 등 다소 황당한 예측도 있었다. 기술적인 진보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윤리나 가치관 등은 예측자의 이데올로기, 세계관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런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50년 뒤, 100년 뒤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것은 관심이 가는 질문임에 틀림없다.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55)의 미래 예측서 <위대한 미래> 는 형식 면에서 특이하다. 20여년 간 트렌드와 소비문화를 연구해온 호르크스는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서 미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1세기초 유럽의 한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다비드라는 남자 아이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유목민 부족의 딸로 태어나 유럽으로 입양된 알리야라는 여자 아이가 살아가는 100년을 소설 형식으로 전개하며 미래세계를 그린다. 위대한>
흥미로운 부분은 가족, 연애, 정체성, 종교 등의 주제에 대한 전망이다. 사회적 논란을 겪겠지만 2050년쯤 되면 대리모는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며, 동성애 커플의 30%가 자녀를 갖게 된다. 가족관계도 큰 변화를 맞는데 혈족과의 동거 여부는 더 이상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 도움을 주고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전 남편, 전처, 전 애인처럼 많은 '전(前)' 관계의 사람들과 넓게 얽혀있는 형태가 흔해질 것이다. 2100년께 기대수명은 100세까지 늘어나 2~3개 이상의 가족형성은 기본이고, 4~5개의 상이한 직업을 갖는 일도 당연해질 것이다. 이력의 복잡함을 성공적으로 조절해주는 라이프 코치가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른다.
이런 예측들은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예측행위를 통해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미래서들의 가치다.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 이 책은 생명, 노동, 정치, 종교, 과학 등 모든 방면에서 변화의 격랑 속에 있는 '오늘,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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