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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8.8 강진 이후/ 200만명 대피시켰는데 쓰나미는 겨우 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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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8.8 강진 이후/ 200만명 대피시켰는데 쓰나미는 겨우 1m?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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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27일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이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태평양 연안 53개국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보와 달리 엄청난 쓰나미는 결국 발생하지 않았다. 각국 정부와 해양학자 등이 위험을 과장해 불필요한 공포를 확산시켰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28일 최소 1~3m 높이의 쓰나미가 예상된다며 약 200만명의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지만 정작 해안에 당도한 쓰나미의 최고 높이는 1.22m에 그쳤다. 27일 하와이에서도 하루 종일 대피 사이렌이 울렸고 미 해군은 진주만의 군함까지 대피시켰다. 하지만 힐로섬에 당도한 쓰나미는 최고 1.7m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자 과학자들은 위험을 과장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의 다이 린 왕은 AP통신에 "경고를 했음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개선을 약속했다. 일본 기상청의 쓰나미 담당관인 야수오 에키타는 국민들에게 "너무 큰 경보를 내린 것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물론 위험요소를 간과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편이 낫다. 정작 칠레에서는 호들갑을 떤 태평양 연안국과 반대로 지진 직후 쓰나미 피해 가능성을 무시했다. 그러나 지진피해 사망자 수가 하루만에 700여명을 넘어선 데는 칠레 중부 해안을 덮친 쓰나미의 탓이 컸다. 그런데 태평양 연안국의 경우, 1960년 역시 칠레에서 발생했던 규모 9.5의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일본에서 140여명이, 하와이에서도 61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어 위험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해양학자들이 쓰나미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쓰나미 발생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데 대규모 쓰나미는 거대한 해저 파동 발생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나스카판이 남미판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이번 칠레 지진과 같은 경우, 지진의 결과 해저 지형이 들어올려짐과 동시에 발생한 거대한 물기둥이 하락하면서 해저 파동이 발생한다. 이 파동이 바닷물을 수직으로 거세게 흔들며 멀리, 넓게 퍼져 나가 해안가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칠레 강진 이후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양학자들은 ▦해저가 충분히 들어올려지지 않았고 ▦지진 발생지의 수심이 예상보다 얕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 지질조사소의 할리 벤즈는 미 공영라디오 NPR에 "예상보다 해저의 움직임이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의 지구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시로는 "지진 발생지의 수심이 예상보다 깊지 않아 물기둥도, 해저파동도 제대로 생기기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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