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ㆍ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발행ㆍ350쪽ㆍ1만5,000원
현대인들은 식스팩과 S라인을 동경하면서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한다. 눈 앞에 있는 초콜릿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도넛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우리는 과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번번히 식욕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걸까.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의학박사 데이비드 A 케슬러는 <과식의 종말> 을 통해 현대인들의 과식 습관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인체생리학, 식품산업의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과식의>
저자가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먼저 지목하는 것은 설탕과 지방, 소금이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이 내는 감칠맛은 우리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을 자극하고, 여기에 학습된 사람들은 더욱 이 맛에 강렬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먹게 된다. 어디서든 쉽게 음식을 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식품산업은 이런 사실을 이용해 사람들의 음식 탐닉을 부추긴다. 스타벅스의 화이트초콜릿 모카 프라푸치노는 설탕과 지방과 소금의 혼합물을 희석한 커피이고,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인기메뉴인 블루밍 어니언 역시 이 세 가지를 합한 맛이다. 닭날개 튀김에 달콤한 소스를 곁들인 버팔로윙은 보통 생산공장에서 한 번 튀긴 뒤, 레스토랑에서 다시 튀긴다. 지방 위에 지방을, 또 그 위에 소금과 설탕을 올린 셈이다. 건강에 좋다고 하는 시저 샐러드조차 지방과 설탕을 운반하는 수단일 뿐이다.
식품회사들은 의도적으로 성분 표시를 불분명하게 하거나,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한다. 더욱 새롭고 자극적인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화학향료를 더하기도 한다. 이 책은 “식품회사들은 가능한 모든 사람들을 ‘조건반사 과잉 섭취 환자’로 만들려고 한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저자는 사회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당의 모든 메뉴에 칼로리를 공개하고, 판매 식품에는 명확한 성분 분석표를 부착하며,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캠페인, 식품 마케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해 계획적 섭식을 실천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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