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시중에 풀린 주식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주식을 분할하거나 병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주식분할 기업이 급증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주식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1곳, 코스닥시장 3곳으로 모두 14개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개사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 주식병합을 결정한 곳도 코스닥 3개사로 집계됐다.
액면가를 일정비율로 나눠 주식수를 늘리는 주식분할은 주당 가격을 낮춰 유통물량과 주식거래를 촉진시키는 호재로 받아들여져 기업 주가를 강세로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액면병합은 반대로 액면가가 적은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인데, 이 또한 주식 물량이 줄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달 23일 유동성 확대를 위해 보통주 1주를 25주로 나누는 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액면가가 5,000원에서 20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발행주식 수는 460만주에서 1억1,504만주로 늘어나게 됐다. 효과는 톡톡했다. 이전까지 28만~29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분할 결정 후 30만원대에 안착했다.
현대증권 한익희 연구원은 "제일기획은 그동안 발행주식 대비 하루 거래주식 비중이 시장 평균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해 거래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액면분할을 계기로 주식 유동성이 보강되고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분할이 무작정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원전선과 아남전자는 5,000원의 보통주 1주를 액면가 500원짜리 10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을 결정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사흘째 급락하는 등 효과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진도에프앤 등 일부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ˆ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분할을 해도 본질적 기업가치는 변동이 없지만 양호한 기업임에도 유동성이 부족해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감자와 함께 이뤄지는 경우 단기 재료로 그치기 쉽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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