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가 앞으로 잠재적인 적들의 눈에 종이호랑이로 비칠 수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3일 '나토(NATOㆍ북대서양 조약기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나토 관리 및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유럽의 탈군사화가 20세기에는 축복이었지만 21세기의 안보 및 평화 유지에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종래와 다른 전투에 대한 대비 등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이 꼽은 나토 위기의 원인은 동맹약화다. 유럽에 군사력 증강 반대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나토 전투력이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만성적인 자금부족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수년 동안 더 많은 수송기와 헬리콥터가 필요했지만 여전히 장비확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프간 작전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의 '나토 위기론'은 아프간 전쟁 지원에 미온적인 유럽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출범 61년을 맞는 나토는 냉전 당시 구 소련에 대항한 서유럽국가들 및 미국 캐나다의 집단 군사동맹이었으나,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에 투입된 나토군은 올해 5만 명까지 늘었지만, 최근 회원국들의 병력철수 움직임이 일고 있어 미국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네덜란드는 연정 붕괴로 8월부터 2,000명의 병력을 철수시킬 것으로 보이고, 캐나다도 내년까지 자국 병사 2,800명을 철군키로 했다.
하지만 당장 아프간 전쟁에서 얻을 게 별로 없는 유럽은 미국의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에스펜 바트 아이데 노르웨이 국방부 차관은 "게이츠 장관의 '나토 위기론'은 이해할 만하지만 회원국들의 자금확충만이 해결책은 아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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