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투 마스'. 2000년 개봉한 이 영화에 따르면 인류는 2020년 처음으로 화성에 발을 디딘다. 앞으로 꼭 10년 남은 셈이다.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그저 허구적 설정이라고 여겨졌던 화성 탐사가 정말 2020년쯤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화성으로 가려는 과학자들의 움직임이 올 들어 더욱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달 말 지구를 대표하는 우주인 6명이 화성으로 모의여행을 떠난다.
520일간 6명이 고립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국립과학센터 의생물학연구소(IBMP)에는 총 부피 700㎥ 남짓한 밀폐시설이 들어서 있다. 보통 아파트로 치면 100평 정도 규모로 보인다. 약 500일 동안 화성에 다녀오는 우주여행 체험인 'MARS 500' 프로젝트에 쓰일 모의 우주선이다.
정확히는 520일이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갈 때와 올 때 각각 240일이 걸리고 40일간 화성에 체류한다는 가정이다. 3월 말∼4월 초면 이곳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러시아와 유럽 중국의 우주인 6명이 들어간다. 이들의 실제 직업은 우주비행사와 의사, 공학자 등이다.
모의 우주선은 크게 4개 모듈로 이뤄져 있다. 250㎥ 규모의 일상생활모듈에는 각종 과학실험과 운동 장비를 갖춰 놓았고, 150㎥의 주거모듈에는 개인과 공동 선실, 부엌 화장실 욕실이 설치됐다. 100㎥짜리 의료모듈은 의료장비가 구비된 작업실, 구명장비를 갖춘 50㎥의 착륙선모듈은 2∼3개월 동안 실제 화성 착륙 과정을 구현하는 설비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행성 간 비행은 인공위성처럼 지구궤도를 도는 비행과 전혀 다르다. 식품이나 에너지, 장비 약품 같은 자원의 추가 공급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곧바로 조기귀환도 쉽지 않다. 미지의 행성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데다 지구에서의 원격조정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주인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마디로 위급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지상에서의 충분한 모의체험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방사선과 중력 변화가 문제
IBMP는 2007년과 2009년 이미 14일과 105일 화성 모의체험을 끝냈다. 105일 체험 땐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출신 우주인 6명이 참여했다. 말이 105일이지, 외부 세상과의 끈은 인터넷뿐인 밀폐 공간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며 여럿이 별 탈 없이 생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밀폐 공간 밖이 거의 아는 게 없는 미지의 환경이라면 불안감마저 가중될 터. 실제로 이를 체험한 우주인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는다고 한다.
결국 화성 탐사에 성공하려면 장기간 고립 때문에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IBMP는 105일 모의체험에 참여한 우주인에게서 혈압이나 신경계 기능, 수면 주기, 지각능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 결과는 520일 체험에 반영될 예정이다.
실제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우주공간의 강력한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IBMP의 모의 우주선은 우주 방사선을 차폐하도록 설계됐지만 완벽하진 못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화성에는 달과 지구의 중간 정도 중력이 작용한다. 최근 러시아 과학자들이 모의 우주선에서 쓸 중력생성장치 개발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화성에서의 중력과 얼마나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방사선의 영향을 어떻게 막을지가 우주인의 안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모의화성 가는 한국 음식
직접 우주인을 보내진 않지만 한국도 이번 화성 모의체험에 일부 참여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으로 구성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불고기와 비빔밥 미역국 등 한국식 우주식품을 모의 우주선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주운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인들은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120일 동안 러시아와 한국 우주식품을 함께 먹게 된다"며 "모의체험이 끝나면 이들의 혈액을 뽑아 우주식품의 효능을 연구하는 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 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물과 메탄의 존재'
지구 말고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으로 화성이 지목된 이유가 단지 가까워서만은 아니다. 스피리트 오퍼튜니티 피닉스 등 인류가 지금까지 보낸 화성탐사선이 화성에 물과 메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메탄은 주로 생명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이다.
화성에는 질소 이산화탄소 아르곤 등으로 이뤄진 대기도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성 대기는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적긴 하지만 항공기가 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력도 지구의 3분의 1 이상이다. 대기가 없고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과 전혀 다른 환경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우주선이 착륙할 때는 달보다 화성에서 힘이 덜 든다. 달 탐사선은 가속도 방향과 반대로 연료를 분출하면서 낙하 속도를 줄이고(역추진) 중력과 균형을 맞추며 서서히 착륙해야 한다. 화성에선 역추진 방식으로 가까이 가다 우주선 전체를 커다란 풍선으로 감싼 다음 공기저항을 이용해 낙하산처럼 내려갈 수 있다. 화성 표면에 풍선이 닿아 통통 튀다 보면 어느 순간 멈추게 되고 이때 바람을 빼면 된다. 무인 화성탐사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바로 이렇게 화성에 착륙했다.
착륙한 뒤의 우주선 운영 여건도 달보다 화성이 좀 더 괜찮다. 달에서는 낮과 밤이 2주씩 번갈아 온다. 태양 없이 2주를 버티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보통 배터리나 태양전지로 안 되니 미국은 원자력전지까지 쓰려고 한다.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이 좀 넘어 지구와 비슷하다. 너무 머니까 가기 힘들어 그렇지 머물기엔 달보다 화성의 환경이 나아 보인다.
임소형기자 pe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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