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의 필독서 <영어순해> 시리즈의 저자 김영로(68ㆍ사진)씨가 명상 언어집 <김영로의 행복수업> (불광출판사 발행)을 냈다. 티베트 밀교(密敎)인 금강승(탄트라)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책으로, 영어로 된 밀교 경전과 잠언집에서 김씨가 전하고픈 내용을 추려 엮었다. 김영로의> 영어순해>
평생을 영어로 된 글 읽는 법을 가르친 업인지, 무상법(無上法)을 설하는 이 책도 영한대역, 원문과 번역문과 해설 순이다.
"인연인가 봐요. 내가 금강승 불교를 알게 된 것도, 수행의 길에 들어선 것도, 이런 책을 내게 된 것도요."
잡지 편집자, 영어 교사, 외국어 전문학원 강사 등으로 살아온 김씨는 1983년 쓴 수험서 <영어순해> 로 일약 유명해졌다. 이후 펴낸 교재마다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그 가운덴 밀리언셀러도 있다. 그런 그가 2002년부터 경기 광주 퇴촌의 인적 드문 곳에 터를 잡고 수행승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 영어순해>
추상미술을 전공한 부인도 탱화 그리는 불모(佛母)가 됐다. 종교적인 전원 생활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실은 난방비 아끼느라 겨울엔 집안에 서리가 내려앉는 검박한 삶이다.
번 돈은 다 어쨌냐는 무람없는 물음에 김씨는 "경제적으로 나는 예나 지금이나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그는 개인사에 대해 말을 아꼈는데 주변의 말을 모아 보면 "이 사람 저 사람 도와주느라 그런 것"이었다.
김씨는 "난 돈이 없는 길로만 걸어온 것 같은데, 불보살들이 나를 수행의 길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등따숩고 배부르면 어찌 이 길을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보다 행복했던 적은 없어요. 세상엔 풍족하지만 불행한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한 공부를 나누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수행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책을 번역하려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재가자(在家者)다. 불교 신자에게도 아직 생소한 밀교에 대해 묻자 "깨달음(空性)을 통해 큰 기쁨(大樂)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욕망과 고통마저 깨달음의 에너지로 환원해 무한한 자유를 향해 가는 것이 밀교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 굳이 몰라도 좋아요. 이 책은 그저 영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교재가 될 거예요. 딱딱한 문장 대신 깨달음의 언어로요."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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