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치러진 서울 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입시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의 편법 입학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정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고, 교장추천서를 받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교가 결탁하는 등 명백한 부정 입학 사례가 확인될 경우 해당 학생의 입학 취소까지 검토될 전망이다.
그러나 관련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문제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추천서를 써줬다"며 "만일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면 소송을 낼 것"이라고 벼르고 있어 자율고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지역교육청 잠정 조사 결과, Y중에선 경제적대상자가 아닌 학생에게 교장추천서가 발급된 사례가 4건이나 확인됐고, D중의 경우 모 은행 간부의 자녀에게 추천서가 나갔다"고 밝혔다. Y중 관계자는 "해당 자율고에서 추가모집한다는 내용을 듣고 추천서를 써줬다"고 사실을 시인했다.
이 학교는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학부모에게 '추천서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알려졌다. 또 J중은 경제적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학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교장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핵심 정책인 자율고가 출발부터 삐걱대는 것은 이 전형의 구조적 허점에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욕심이 결합돼 빚어진 현상이다.
자율고는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정원의 20% 이상 뽑도록 돼 있다.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받는 자율고에 대해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가 꺼낸 카드였다.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차상위 및 차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대상자에 다문화 가정, 새터민, 환경미화원의 자녀 등 비경제적 대상자까지 포함된다.
문제는 경제적 대상자 가운데 소득확인서, 건강보험료 납부현황 등 서류로는 입증되지 않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에 대해 학교장이 추천할 경우 입학이 가능토록 한 규정이다. 일반 전형의 경우 완전 추첨 방식으로 당락이 결정되지만 이 전형은 서류 심사와 면접만으로 진행돼 합격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다.
특히 올해엔 서울 지역 13곳의 자율고 가운데 8곳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이 미달돼 '학교장 추천서= 합격통지서'가 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규모 미달 사태를 우려한 일부 자율고가 편법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C자율고 입시설명회에선 '학교장 추천서를 통한 전형을 활용하라'는 내용이 학부모들에게 전달됐기도 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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