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박빛나(25) 코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는 예선경기가 없던 때에는 한국 여자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 참가한 적은 있으나 98년 나가노 대회에서 규정이 바뀐 뒤부터 티켓을 따내 올림픽에 나간 건 박 코치(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가 처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김연아(20)의 타고 난 재능을 유심히 지켜 봤던 그가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후배를 위해 자필로 쓴 응원 편지를 한국일보에 보내왔다.
안녕 연아야. 빛나 언니야. 초등학교 2학년인 널 처음 봤을 때가 기억 나. 그 때 "어쩌면 어린 아이가 저렇게 스케이트를 잘 타지"하고 속으로 많이 놀랐어. 그 또래들은 대개 집중력이 떨어져 열심히 하지 않는데, 넌 달랐어. 유독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떠들거나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했지. 추운 링크장에서 열심히 스케이트만 타던 널 보면서 "분명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어.
99년, 우리가 함께 떠난 미국 전지훈련 생각나니? 네가 첫 전지훈련 간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이스 캐슬'이라는 산속의 스케이팅 클럽에서 함께 훈련하다 미셸 콴(미국) 선수를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쳤잖아.
너무 당황해 멍하니 쳐다 만 봤잖아. 선수 중 한 명의 생일파티에서 난 처음 알았어. 팀 별 장기자랑에서 네가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부르고 '통 아저씨' 춤을 추는 걸 보고 "말도 없던 아이가 저렇게 잘 놀 수도 있구나"하고. 너무 귀여웠어.
언니가 2002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을 때에도 연아가 너무 잘 타 외국 선수들한테 자랑했었어. "우리나라에 정말 잘 타는 어린 선수가 있다"고. 8년 뒤인 지금,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하는 널 보니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등 부담 또한 큰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연아야. 네가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이잖아. 그 동안 잘 준비했고, 잘해 왔으니깐 힘내. 온 국민이 하나가 돼 널 응원하고 있으니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 언니도 연아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기도할게. 연아 파이팅!!!
2010년 2월 23일 빛나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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